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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마르설 반더르스 "유행 타지 않고 오랜 세월 살아남는 게 진정한 친환경 디자인"

고전의 매력에 현대적 감각 접목한

뉴 앤티크 패러다임 처음으로 주창

가장 몸값 높은 뉴에이지의 아이콘

이탈리아 브랜드 '무이' 공동 설립

루이비통 등 유수 브랜드와 협업도

코로나로 세상을 보는 눈 달라져

쉽게 버려지는 제품 만들기 보다

지구와 동행할 수 있는 가치 필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 것들

과감히 버리는 게 집 꾸미기 시작





자연의 역습이라고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류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다. 오랫동안 인류는 자연환경을 지배해왔지만 환경 파괴가 지속되고 이로 인한 전염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면서 인류는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연과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동행해야 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폐기물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등을 쏟아내는 한편 생존을 위한 친환경 정책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산업디자인 업계에서도 친환경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영원히 살아 있는(forever living) 디자인’을 지향하는 ‘뉴 앤티크(새로운 고전)’ 디자인 사조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시대 인테리어 및 산업디자인 업계를 관통하는 뉴 앤티크 패러다임을 처음 주창한 산업 디자이너 마르설 반더르스(Marcel Wanders)를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그는 크리에이티브의 수도라 불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으로 21세기 가장 몸값이 높은 스타 디자이너이자 뉴에이지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통한다.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은 물론 건축·인테리어 및 산업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쉽게 쓰고 버리는 디자인 시장에서 시간의 시험을 이기고 세월을 거쳐 살아남을 수 있는 ‘타임리스(timeless) 제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반더르스의 뉴 앤티크는 17세기 전후 모국인 네덜란드 황금기의 고전주의를 21세기의 세련되면서도 깊이 있는 모던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사조다. 고전의 매력은 시간이 흘러도 유행을 타지 않으며 질리지 않는 것인데, 여기에 이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적 감각을 담은 것이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와 협업해 내놓은 ‘블랙 퍼니처’에 처음 적용되며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정한 친환경이란 무엇인가’라는 디자인 업계의 목소리와 맞물리며 재부각되고 있다.

하이드 파나마의 로비 라운지


하이드 파나마의 로비 라운지


“어떻게 하면 차별화되고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심에서 시작됐어요. 인테리어 산업이 발달하고 우리에게 많은 좋은 점을 가져다줬지만 반면에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제품이 세상에 널리게 됐고 디자인의 개성이 없어졌어요. 재활용·친환경 소재에 대해서도 물론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나아가 ‘디자이너들은 왜 잠깐 쓰고 버릴 것을 디자인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지요. 100년 이상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뉴 앤티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전통이 고스란히 담긴 앤티크의 매력에 시크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던함을 가미해 오래 소장해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자동차·패션과는 다르게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멋있어야 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데 계속 유행이라고 할까요.”



반더르스는 한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이탈리아 디자인 브랜드 ‘무이’의 공동설립자이며 그를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올려놓은 ‘루이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파트너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최근 몇 년간 럭셔리 브랜드들이 협업했다고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이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마이애미 몬드리안호텔의 로비 라운지 인테리어 디자인, 루이비통 노마드의 ‘노티드 체어(노끈 의자)’, 하이엔드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 협업한 샹들리에 ‘태양왕’ 등을 디자인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86년 전통의 프랑스 명품 식기 브랜드 ‘크리스토플’과 협업해 만든 ‘자뎅 에덴’ 시리즈, 올해 선보인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라문’과 협업한 스탠드 ‘벨라’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코스메 데코르테’의 패키지도 시간을 거슬러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한 시대의 획을 긋고 있는 반더르스의 디자인 발자취는 퐁피두센터, 쿠퍼 휴잇 내셔널 디자인 뮤지엄, 메트로폴리탄 아트 뮤지엄, 뉴욕 아트 앤 디자인 뮤지엄, 독일의 모던 피나코테크와 스테이들릭 뮤지엄, 일본 오이타현 아트 뮤지엄 등 세계 저명한 아트 디자인 뮤지엄 곳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바카라와 협업한 샹들리에 ‘태양왕’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작품들


최근 반더르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미를 디자인에 녹여내는 일이다. “비대면 문화의 정착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더 빨리 다가왔습니다. 저는 소비자와 디자이너가 작품을 통해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조화로운 인간애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갈수록 차가워지는 세계에서 저의 제품이나 공간 디자인이 판타지와 로맨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반더르스는 이렇게 휴머니즘적이면서도 영원히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고 있을까. 영감은 이견이 많은 주제이며 언제나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그다. 어떤 사람들은 책에서 얻었다고 하기도 하고 자연을 보며 걷다 ‘유레카’처럼 떠올랐다고도 한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은 내면에 질문을 갖고 있어야 하지요. 질문과 답이 있다고 할 때, 답변을 끌어내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 바로 질문이니까요. 저도 지난 50년간 20~25개의 질문을 항상 갖고 살아왔습니다. 예컨대 어떻게 진정으로 내구성 있는 제품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시간의 시험을 이기고 세월을 거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만들까, 서로 기능하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디자인을 할까. 이제는 여기에 코로나19 시대에 어떤 디자인이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가 추가됐습니다. 이런 질문들이 나의 사고와 리서치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진정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심오하고 깊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반더르스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세상과 하는 작업들, 사람과의 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행복의 근간에 사람들과의 교감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와 ‘코워크(co-work)’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쉽게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라 지구와 동행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엄중해졌다고 했다.

반더르스는 언택트 시대에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산업들이 더욱 발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최근 네덜란드 디자이너 전문가 집단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효율적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책상과 의자를 능률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안을 연구해 출간했다고 그는 전했다. “저의 스튜디오 디자인 팀에서는 팔 안쪽에 부착하는 것을 만들어 얼굴을 만지지 않아도 되는 시도 등 언택트에 초점을 둔 디자인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에 패션을 얹은 디자인을 했다면 지금은 ‘안티 박티’ 콘셉트의 바이러스를 막는 기능을 더한 텍스타일을 개발하고 있지요. 미국 연구소와 함께 안티 바이러스 마스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특수 가공 처리로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어려운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이 과거 디자인했던 인테리어 공간의 기업들이 연락해와 코로나19에 맞게 잘 격리되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서 불고 있는 집 꾸미기 열풍도 반더르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집콕족’에게 뉴 앤티크 트렌드를 적용한 공간의 팁을 제안했다. 그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 것, 나와 영원히 동행하지 않을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부터가 집 꾸미기의 시작”이라며 “공간 안에 소중한 공간을 더 만들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리빙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조명을 이용한 무드 있는 공간 활용법도 제안했다. “낮에 충분히 태양을 즐길 수 있다면 저녁 시간에는 조도를 낮추고 공간에 캐릭터를 부여해 가족 구성원을 흥미롭게 만드는 스탠드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실 중앙에는 캐릭터가 있고 디자인적으로 예술적인 스탠드를 두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2~3개의 스탠드를 거실 곳곳에 배치해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최근 유럽 스타일이죠.”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작품.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스칸디나비아 철학이 담긴 미니멀리즘이 유행했다. 그러나 반더르스는 ‘좋은 것까지도 덜어내는 미니멀리즘’보다는 ‘좋은 것은 더할수록 좋다는 옵티멀리즘’을 지지한다. 100년 전부터 스칸디나비아 일대에서는 미니멀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덜어낼수록 깊이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일종의 죄책감이 깔려 있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즉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더 잘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디자인을 망친다는 두려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은 것을 더하지 못할 바에는 마이너스적인 요소를 덜어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미니멀리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더 레스 더 레스(the less, the less)’로 가다 보니 미니멀리즘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좋은 것을 덜어내는 것은 디자인의 미덕이 아니지요. 저는 미니멀도 맥시멀도 신봉하지 않고 ‘옵티멀(가장 좋은 것)’을 추구합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He is

△196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987년 네덜란드 아르테즈예술학교 졸업 △1996년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의 ‘노티드 체어’ △2008년 마이애미의 몬드리안사우스비치호텔 로비 인테리어 △2010·2012년 코스메 데코르테 ‘AQMW’ 라인 협업 △2012년 안다즈암스테르담호텔 인테리어 △2016년 바카라 ‘태양왕’△2016년 크리스토플과 협업 △2017년 몬드리안도하호텔 인테리어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의 ‘로킹체어(흔들의자)’ ‘다이아몬드 스크린’ △2014년 52명의 디자인 등 전문가 집단의 ‘아틀리에’ 오픈 △2019년 라문과 협업해 램프 ‘벨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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