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연내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확보에 대한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백신과 치료제가 더 많이 개발·보급되면 이를 북한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젊은이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고 북한식으로 관광지구를 재개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이지만, 이를 공동 개발하고 싶다는 의사도 전했다.
이 장관은 22일 통일부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20~30대 청년들과 만나 “30년쯤을 바라보면서 긴 호흡으로 통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언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보급된다면 서로 나누고 협력해 한반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종식하면 좋겠다”며 “북한이 코로나19에서 안전해지는 것은 대한민국이, 남쪽이 안전해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금강산 관광 재개”라며 “지금은 북한 당국에서 금강산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지만, 그보다는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나아가 원산갈마지구 관광까지 무대를 확대해 개별여행을 하거나 이산가족들이 먼저 관광의 길을 나서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난달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만약 우리가 치료제와 백신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코로나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에도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같은 달 26일 국회에서는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조금 검토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적도 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관광지구 개발 사업 현장을 시찰하며 “우리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 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북한 매체들이 지난 20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른 조치로 해석됐다. 김정은은 당시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며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이 개별관광을 확대하겠다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경우 김정은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외화벌이 개발 사업으로 북한 경제개발 계획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이 장관은 이날 또 “남북이 갑작스럽게 통일되는 것은 서로 혼란과 부담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도 줄 수 있다”며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삶의 경험을 통해 번영의 길에 선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이 지났을 때 통일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의 청년 세대들”이라며 “그때쯤 청년들이 ‘경험해보니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확신이 들면 통일을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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