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진영이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던진 ‘야권후보 단일화론’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이 요구한 ‘선(先)입당·후(後)경선’을 단칼에 거절하자, 국민의힘은 외부 인사의 경선 문턱을 낮추는 ‘100% 시민경선’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힘이 당조직의 내려놓을 테니 입당해서 경선을 치르자는 제안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입당한 후 경선 참여를 요구하기 위해 ‘당원 20%, 여론조사 80%’로 정해진 서울시장 후보 본선 경선 규칙을 ‘여론조사 100%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1차 예비 경선은 100% 여론조사, 2차 본경선은 당원 투표 20%와 여론조사 80%를 반영하기로 정했다. 국민의힘 당원이 20% 투표를 하면 안 대표가 예비경선에서 이겨도 본경선에서는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경선룰 조정은 안 대표 등 외부인사에 문을 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이 뿔뿔이 흩어져서 싸우지 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뭉쳐 경쟁하자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힘이 중도 개혁 성향 후보자들을 끌어안아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유력한 후보를 배출해 서울시장 선거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안철수 대표측은 이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정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경선은 당 스스로 알아서 정하고 후보를 뽑으면 될 일”이라며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의 경선룰 변경 문제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입당·후경선’에 대해 다시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안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범야권이 각자 서울시장 후보를 뽑고 ‘당 대 당 경선’을 전제로 선거연대를 하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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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태섭 전 의원도 국민의힘이 제안하는 경선룰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금 전 의원은 언론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집권 세력의 독주에 질려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야권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다”며 “단일화 논의를 미뤄 두고,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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