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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크리처물 드라마...괴물 재현에 신경 썼죠"

■'스위트홈' 연출한 이응복 감독

웹툰 싱크로율 맞추는 게 중요

근육괴물 등 원작 충실히 반영

욕망에 가득찬 인간군상 담아

미주·유럽·중동서 '톱 10' 등

넷플릭스 시리즈 중 3위 인기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국내 최초 크리처물(사람을 죽이는 괴물들이 등장하는 장르) 드라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가 지난 18일 공개된 이후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의 집계를 보면 ‘스위트홈’은 전 세계 넷플릭스 시리즈 중 인기순위 3위에 올라 있다. 한국에선 공개 당일부터 1위를 유지했고, 미주·유럽·아시아·중동 등지에서 고르게 상위권인 게 더 눈길을 끈다. 홍콩·대만에서 1위인 걸 비롯해 미국에서 7위, 프랑스에서 5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유럽·미주에서도 인기다.

이응복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출을 맡은 이응복 감독은 최근 서울경제와 화상인터뷰에서 “겁 없이 도전했는데 좋게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뭉클하다”며 “큰 도전이었지만 한국 드라마의 소재 확장 차원에서 시도했다”고 돌아봤다. 네이버에서 연재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 대해 이 감독은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발상이 참신해 영상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웹툰과 드라마가 장르적 특성이 다른 탓에 호흡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회당 50분의 분량 속에서 원작을 존중하기 위한 싱크로율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근육 괴물. /사진제공=넷플릭스


국내 최초 크리처물 장르를 표방한 만큼 역시 괴물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가장 신경 썼다. 이 감독은 김설진 안무가와 촬영장에서 원작 웹툰을 함께 보며 사람을 괴물로 만든 욕망을 어떻게 비주얼로 표현할지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근육괴물, 흡혈괴물, 연근괴물, 태아괴물 등 웹툰에서 등장한 괴물들이 원작과 비슷하게 구현돼 있다. 다만 1~2회 등 초반 등장한 괴물들이 상당히 현실감 있게 나온 것과 달리 몸집이 큰 괴물들의 움직임 등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위트홈’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그간 연출했던 작품과 비교해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는 이 감독은 “괴물을 찍다 보니 제가 괴물이 될 것 같은 지경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하고 CG·색보정 등 후반작업을 하며 괴물을 완성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주변 환경에 따른 괴물의 피부색 변화 등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속 그린홈에 갇힌 주민들은 모여서 괴물들과 맞선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스위트홈’은 괴물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이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원래는 사람이었고 내면의 욕망이 터져 괴물이 됐다는 설정부터 그러하다. 주민들에게 갑질을 당한 아파트 경비원이 괴물이 돼 돌아오고, 사태를 수습하려던 대통령도 갑자기 괴물이 되어 군인들에게 사살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 간 갈등이 더 두드러지면서 괴물의 등장 횟수가 적어진 것 같은 인상을 줄 정도다. 은둔형 외톨이 고교생인 주인공 현수(송강 분)는 반쯤 인간이고 반쯤 괴물이지만 여러모로 인간적인 면을 강하게 띤다. 반면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신중섭(허준석 분) 등 범죄자 무리는 인간이지만 괴물보다도 무서운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의도한 점이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인간애를 담은 가운데 큰 적에 맞서는 인간군상의 묘사는 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소재”라며 “그런 소재가 ‘태양의 후예’는 지진, ‘미스터 션샤인’이 국난이라면 ‘스위트홈’은 괴물”이라고 말했다. 8회 엔딩에서 국어교사 재헌(김남희 분)이 괴물과 혼신의 힘으로 맞서 싸우며 희생하는 장면은 그런 숭고함을 부각하는 하이라이트기도 하다. 오리지널 캐릭터로 여성 소방대원 서이경(이시영 분)을 만든 데 대해서는 “남성 못지않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괴물로 변한 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개에 앞서 배포된 스틸사진 속 이시영의 근육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스위트홈’ 후반부에 등장하는 범죄자 패거리들은 괴물보다 무서운 악행을 벌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드라마는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듯 괴물로 발현한 현수의 행방, 상욱(이진욱 분)의 반전 등 여러 가지 암시들을 남긴 채 다소 불친절하게 마무리한다. 그는 “시즌2 논의는 아직 안 되고 있다”면서도 “드문드문 포석을 넣어뒀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원작의 좋은 장면들을 반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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