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운명이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등에 대한 막말로 공감 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이 없다면 그를 내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높아진다. 변 후보자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도 낙마한 장관 후보자 5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토교통위원회의 과반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자체에는 무리가 없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청와대는 신중한 기류 속에서 청문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겠다며 야당은 전방위적 공세에 돌입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구의역 사고에 대한 변 후보자의 과거 막말과 관련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변 후보자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한 공식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피해자 김모 씨)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개인의 실수로 돌리는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태도에 국민적 공분이 치솟았다.
변 후보자의 지난 18일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시 구의역 사고를 두고 “지상의 세월호”라고 표현하며 문제를 제기했던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후보자 본인이 청문회장에서나 청문회 이후에라도 충분히 사과하고 설명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김군 동료들을 만나려고 시도하고 있고 청문회 이후라도 찾아가서 사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 “정책 청문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론 악화 속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해외 부실 학회 참석’ 논란에 휩싸인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7대 인사검증 기준’에는 부합했으나 ‘국민적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지명 철회의 결정적 배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결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이 문 대통령으로서도 결코 가벼운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 해 3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김현미 장관의 임기가 이미 한 차례 연장된 바 있기 때문이다. 변 후보자 마저 중도 하차한다면 2017년부터 장관직을 맡아온 김현미 장관의 업무 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을 좌우할 주택 문제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도 가능성 중 하나로 남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네 차례 있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다주택자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한 경우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17년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상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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