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우울한 마음 총리에게 시원하게 푸세요.”
맥락을 가늠할 수 없는 이 구호는 지난 14일 국무총리실 공식 계정이 트위터에 올린 ‘3컷 만화’ 속 내용이다. 만화는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히스테리를 부리자 곧바로 온화한 표정의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와 국민들을 위로하는 장면으로 구성됐다. 국민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보다 정 총리 개인 홍보가 눈에 띄자 역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총리실은 부정적 댓글이 쏟아지자 총리에게 스트레스를 풀어달라는 내용이 무색하게 일곱 시간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다. 촌극이었다.
최근 정 총리가 자기 홍보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준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부터는 지하철 2호선에 자신의 육성으로 방역 안내 방송을 내보내 논란을 불렀다. 장관들을 공관에 불러 손수 식사를 대접하는 정책 홍보 토크쇼 ‘총리식당’ 역시 국민들이 연말 모임 자제를 압박받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총리는 6선 의원에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장, 장관까지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법조계·학계 등에만 있다가 처음 얼굴을 알린 다른 총리들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20년이 넘는 정치 인생을 국민들이 다 지켜봤는데 무엇을 더 새로 알리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정 총리는 곧 있을 개각에서 교체설이 도는 차기 대권 후보군이기도 하다. 과욕을 부리면 자칫 선거를 앞두고 세금으로 홍보한다는 의심도 살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코로나19로 고통이 극심한 국민들은 총리 개인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정 총리의 인기가 올라가지 않는 건 ‘감성’ ‘재미’ ‘노출’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차별화되는 ‘비전’이 안 보여서다. ‘부동산 대란’ ‘백신 확보’ 등 과정에서 ‘경제통’이라는 기업인 출신 정 총리가 시장 원리를 반영한 자기만의 해법을 내놓은 기억은 없다. 정 총리는 ‘정치적 아버지’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어도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했을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왜 소신 발언을 접은 뒤부터 정체했는지 곱씹어야 한다. 굳이 몸부림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국민들은 다 알아서 판단한다.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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