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에 강경 투쟁을 공약으로 내건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민주노총 경기지역 본부장)가 당선됐다. 기존 정파를 대표하는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노총의 변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내부 노선 갈등은 여전하고 변화를 꾀할 만한 외부 조건도 없기 때문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양 후보의 당선으로 민주노총의 투쟁 기조가 한층 강화되며 노정 관계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일 마무리된 민주노총 지도부(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기호 3번 양경수·윤택근·전종덕 후보 조가 총 53만 1,158표 가운데 28만 7,413표(55.68%)를 득표해 당선됐다. 기호 1번 김상구·박민숙·황병래 후보 조는 44.32%를 얻어 낙선했다.
양 후보는 민족해방(NL) 계열의 민주노총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김 후보를 지지한 산별 대표자회의는 기존 정파 논리를 타파하자며 산업별노조 위원장들이 만든 ‘공조직’ 운동으로 사회적 대화를 표방하고 있다.
양 후보의 이력을 봐도 강경 운동권 색채가 짙다. 양 후보는 2001년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간부 활동을 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을 벌였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화성 사내 하청 분회장을 지낸 인물로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 가운데 첫 비정규직 출신이다.
양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한다”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안과 밖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투쟁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의 공약도 사회적 대화보다는 투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내년 11월 3일 전태일 3법 쟁취 총파업 개최, 공무원·교사 정치기본권 쟁취 투쟁, 지역·특성화고 중심 조직사업 등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 기구가 원활히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2021년 최저임금 심의 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하던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당선자는 당시 공익위원이 심의촉진 구간으로 인상률 0.35~6.1%를 제시하자 심의를 보이콧했던 인물이다.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내부 계파 갈등이 심각해 투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이견, 정파 갈등은 지난 5~7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때 드러났다. 사회적 대화를 둔 노선 갈등도 여전하다. 김명환 전 집행부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서명을 추진할 당시 전국회의는 막판에 “서명하지 않기로 정했다”며 김 전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불거진 ‘조직적 부정선거’ 논란도 정파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양 후보 조는 여러 차례 부정행위로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일부 조직에서는 조합원을 동원하는 방식의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변재현·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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