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세금 부과를 어떤 주가 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뉴햄프셔는 올해 10월 인접한 매사추세츠로 통근하는 뉴햄프셔 주민에 매사추세츠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소송을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제는 원격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세금 부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 연방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원격 근무 상황에서 세금 부과 주체를 결정하는 전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의회도 주(州) 간 세금 부과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 수립에 대해 논의했으나 아직 법 통과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뉴햄프셔는 여러 주에 걸친 소송인 만큼 관할권이 있는 연방대법원에 곧바로 소장을 제출했다. 뉴햄프셔 소송에 뉴저지와 코네티컷, 아이오와, 하와이, 오하이오, 텍사스를 포함한 10여개 주가 동조 의사를 나타냈다고 WSJ가 전했다.
뉴욕시에 있는 예시바대학의 에드워드 젤린스키 세법학 교수는 “뉴햄프셔와 매사추세츠의 이번 소송은 단순히 이곳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전체의 세금 부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판례는 특정주의 비거주민이라고 해도 해당 주에서 근무나 사업을 벌이고, 해당주의 기간 시설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혜택을 받은 데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면 합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매사추세츠는 올해 초 원격 근무자도 계속 통근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통신망 등을 사용한다면 사업장 소재지에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과세 원칙(Convenience Rule)을 따랐다. 예컨대 젤린스키 교수처럼 일주일에 1∼2차례 코네티컷 자택에서 근무해도 세금은 대학이 있는 뉴욕에서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햄프셔는 매사추세츠의 결정이 주(州) 권리를 침해하며, 소득세가 없는 뉴햄프셔에서 사업을 하거나 취업하려는 동기를 꺾게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경제가 침체되고 공공 서비스도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뉴저지에서는 지난 2018년 뉴저지 주민 약 43만4,000명이 뉴욕에 37억 달러를, 코네티컷에서는 8만7,000명이 뉴욕에 13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뉴욕 전체 세금의 10%에 달한다고 WSJ가 전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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