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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결정, 법원이 사실상 '무효화'...윤석열 원전수사 등 갈길 간다

법원, 尹징계 사유·절차 일부 문제 삼아

정직으로 인한 검찰총장 손해도 인정

단 공공복리 등 양측 주장은 일축

/연합뉴스




법원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정직 2개월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추 장관은 앞서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중대한 비위가 발견됐다며 징계를 청구했다. 이후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으나 법원 결정에 막히면서 ‘총장 직무를 정지한다’는 징계는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본안 소송 결과가 윤 총장 임기인 오는 7월까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다시 정직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징계 사유와 절차를 따졌을 때 본안에서 윤 총장 측에게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가능성을 감안하면 정직 처분은 윤 총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안기기에 일단 집행정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처럼 법원이 징계 사유와 절차를 문제 삼아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추 장관은 물론 여권도 무리한 징계 추진으로 이른바 ‘윤 총장 축출 작전’을 펼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부닥칠 전망이다.

“판사 문건, 부적절하나 추가 소명 필요”
법원은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해 부적절하다면서도 징계 사유로 인정할지는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법원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이같은 내용을 정리한 데 대해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징계 사유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자료의 내용을 어떻게 취득했고, 문건이 공소유지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해당 문건이 재판부를 공격,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는 추 장관 측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가 부족해 추가 심리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또 해당 문건이 반복적으로 작성됐다는 주장도 역시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채널A 관련 혐의, 다툼 여지 있어”
채널A 수사·감찰 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본안에서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찰 방해 혐의의 경우 윤 총장이 한동수 대검 수사부장으로부터 수사 개시를 통보 받은 뒤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가 조사를 담당하게 한 것이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윤 총장이 채널A 사건 수사를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에 수사 방해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서 충분한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자문단 회부가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 회부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 이 사유를 뒷받침하는 진술내용의 신빙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정치적 중립 관련 위신 손상…소명 안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위신을 손상했다는 징계 사유는 추 장관 측이 내세운 주장과 근거로는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윤 총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는 발언에 대해 징계위가 적용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함’ 등의 근거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윤 총장의 발언을 언론이나 국민이 정치활동에 대한 의사 표시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윤 총장에게 고의·과실이 있음을 뒷받침할 소명자료도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 발언의 의도, 경위, 내용에 관해 본안재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정족수 미달로 기피의결 무효…징계의결도 무효”




법원은 징계위 구성과 진행에 위법이 있었고 심의에서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윤 총장 측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컨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징계위에서 회피하기 전 다른 징계위원들의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한 것은 위법하다는 윤 총장의 주장은 기존 판례와 배치된다고 봤다. 또 징계위가 윤 총장 측에 최종 의견 진술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회의를 종결시킨 데 대해서도 “최종의견 진술권이 박탈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기피 의결 과정에서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하자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는 윤 총장 측에서 지금껏 공개적으로 지적한 적은 없던 내용이다. 징계위는 앞서 기피 의결 당시 기피 사유가 있는 당사자를 제외하고 위원 3명씩 참여하여 기피 의결을 진행한 바 있다. 법원은 이것이 기피 의결의 의사정족수 4명을 채우지 못한 의결이었다고 봤다. 이는 법원이 기피 의결 의사정족수를 재적위원 7명의 과반인 4명이라고 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기피 의결이 무효라고 봤고, 기피 의결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상태로 이뤄진 징계 의결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징계위의 징계 의결은 징계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의 참여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서 의사정족수에 미달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검찰총장 정직, 회복 어려운 손해 맞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법원은 윤 총장에게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봤다. 검찰총장이란 법적 지위와 남은 임기 등을 고려하면 금전 보상이 불가능하거나 금전보상으로 견디기 곤란한 손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외에 집행정지 요건에 대해 양측이 내세운 주장은 대부분 일축했다. 징계처분으로 인해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윤 총장 측 주장은 검찰총장 징계 제도가 검사징계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다는 점 등임을 감안하면 이유 없다고 봤다.

추 장관 측은 이번 징계 처분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이뤄졌기에 집행정지되면 행정부의 불안정성과 국론의 분열 등 공공복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주장만으로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윤 총장이 복귀하면) 법무부의 ‘판사 문건’ 수사 의뢰 등 징계 사유와 관련한 수사가 신청인의 의지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게 명확하다”는 추 장관 측 주장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온전히 인정 안된 징계사유…추미애 역풍 맞나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절반 가량에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징계 의결 자체도 절차적 하자로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추 장관은 역풍을 맞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징계를 주도한 추 장관뿐 아니라 이를 조장 혹은 방기한 여권이나 청와대도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검찰과 법원을 법조 카르텔로 묶어 사법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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