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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출혈은 무조건 치질?...대장암·크론병일 수도

치질이 90% 이상 차지하지만

젊은층이면 크론병 의심할만

대장암은 선홍색 출혈 흔해

# 30대 중반의 남성 직장인 A씨는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거나 동영상을 보느라 10~15분가량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 고기와 술을 즐긴다. 그 때문인지 툭하면 배변시 피가 보이고 일을 본 뒤에도 잠깐씩 피가 멎기를 기다려야 했다. 결국 얼마 전 치질 수술을 받았다.

# 대학 4학년생 B씨는 2년 전부터 배변 때마다 항문이 찢어질듯 아프고 진물과 함께 종종 혈변이 나왔다. 동네 의원에서 권해 치질 수술을 받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통증과 진물이 호전·악화를 반복하더기 지난달부터는 2~3일에 한 번 복통이 찾아오고 하루 3~5회 설사하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을 찾았더니 내시경 검사 후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인 크론병이라고 했다.





◇치질 환자 40~50대, 30대 이하, 60세 이상 순

혈변과 항문 출혈은 치질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대장암·항문암, 크론병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대장암 가운데 항문과 연결된 부위에 생기는 직장암은 혈변·점액변이 주요 증상이다. 항문암도 진행되면 항문·직장 출혈, 항문 통증·이물감·가려움증, 배변 후 잔변감 등을 유발한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지난 4~6월 항문 출혈로 전국 24개 병원을 방문한 10~89세 467명의 원인 질환(복수응답)을 조사했더니 치핵(67%), 치열(27%), 크론병 등 양성 항문·대장질환(6%), 대장암 또는 진행성 선종(5%), 치루 또는 항문 주위 농양(2%) 순이었다. 치핵·치열·치루 등 치질이 항문출혈의 9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36~89세 대장암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항문 출혈 색깔을 조사했더니 선홍색 71%, 검붉은색·갈색·흑색 29%였다. 출혈양은 대변 겉 또는 휴지에 묻는 정도(66%), 변과 섞여 나오거나 변기에 떨어질 정도(26%), 물총처럼 뿜어질 정도(5%), 핏덩어리로 나옴(3%) 순이었다.

이석환 학회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은 “항문 출혈이 1개월 이상 이어지거나, 용변 색깔이 검붉거나 흑색이면 대장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대장 출혈양이 많으면 검붉은색보다 선홍색에 가까울 수 있으므로 대장항문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항문 통증·열감 있는 10~20대, 크론병 의심할만

치질은 치핵·치루·치열 등 항문에 나타나는 질환을 통칭하며 지난해 64만여명이 건강보험 진료를 받았다. 연령대별 분포는 30대 이하 36%, 40~50대 39%, 60세 이상 25%로 고른 편이다.



몸통의 끝자락에 위치한 항문 주변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부위다. 반복되는 배변, 힘줘 변을 보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굳어지다 보면 혈관·점막과 점막 아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덩어리를 이루며 늘어져 항문 밖으로 나오기도 하며 항문출혈·혈변·가려움증 등을 유발한다. 치핵이라고 하는데 치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치(痔)는 항문의 질병을, 핵(核)은 덩어리를 뜻한다. 앉아 있으면 누워있을 때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올라가는데 최근 일·공부 등 때문에 이런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다 치핵에 걸리는 환자가 늘고 있다. 출산·음주도 위험요인이다.

치루는 항문 안쪽과 바깥쪽 피부 사이에 샛길(치루관)이 생겨 진물·고름·가스·변이 새어나오는 질환. 치핵은 항문이 찢어져 변을 볼 때 피가 나고 아프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지만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깊고 긴 궤양으로 복통, 체중감소, 장 폐색·협착으로 인한 배변장애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선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질 등 항문질환이 비교적 드문 10~20대의 경우 항문에 통증·열감·분비물 등이 있다면 크론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질인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출처: 보건복지부·대한의학회)


◇치핵, 병변 확실히 제거하면 재발률 1% 미만

치핵 초기에는 안 좋은 배변습관 등을 교정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 한 번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고 5분 안에 일을 보지 못하면 중단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신문·책을 보며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금물이다. 몸을 앞으로 숙이지 말고 편안히 앉은 상태에서 배에 많은 힘을 주지 않는 게 좋다.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고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 변비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김·다시마, 콩, 고구마·감자, 사과·알로에·당근 등은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이 낮고 장에서 생성되는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잦은 술자리도 가급적 삼간다.

온수 좌욕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배변 또는 외출 후 3~5분 간 미지근한 물에 좌욕을 하면 혈액순환 등에 도움이 된다. 좌욕을 하면서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소독약·소금 등은 넣지 말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대항병원의 이두한 외과전문의(전 대표원장)는 “치핵은 혈관이 증식되고 점막이나 피부의 살덩어리가 늘어져서 생기므로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경험 많은 전문의가 병변을 확실히 제거하면 재발률도 1% 미만으로 낮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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