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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직무 정지 9일 만에 지위 회복...월성 1호기 수사 등 본격화 전망

법원, 집행정지 신청 인용...절차적 위법성 인정

징계 재가한 文도 책임론 피하기 어려울 듯

“윤석열 찍어내기 불과” 거센 ‘비난 화살’ 불보듯

‘백신 실기론’까지 겹쳐 후반 국정운영 치명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윤 총장은 지난 16일 직무 정지 이후 9일 만에 지위를 회복했고 오는 28일 출근해 다시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복귀하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 검찰의 주요 수사도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법원의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인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검찰총장 임명권자로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처분을 재가했지만 법원이 이를 뒤집음으로써 남은 임기 1년 4개월 동안 레임덕으로 급속도로 빠져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임명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2차 심문을 열고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1시간 15분 심리 직후 5시간 30분 만에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온 뒤 30일까지 효력을 잃게 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조치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난 만큼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년여 기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이에 따라 국민들이 양극단으로 쪼개져 분열된 책임을 문 대통령이 직접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거센 요구도 나온다. 특히 정치권은 이번 인용 결정으로 역대 최저치를 연거푸 경신하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지율 하락은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본격적인 레임덕을 의미한다. 야당의 화살은 추 장관의 제청을 재가한 문 대통령을 향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옹호한 데 대해 국민에게 반드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웅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리한 검찰개혁 결국 부메랑으로…文 레임덕 빨라지나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기한 징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의 수렁에 급격하게 빨려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4년 차에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레임덕에 빠졌다면 이번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과도한 드라이브가 되레 발목을 잡으면서 권력 누수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지율 이탈이 심각한 가운데 검찰 개혁의 명분까지 흔들리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에서 법률상 피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대결로 ‘판’이 커져버렸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한 시점부터 ‘추 장관, 윤 총장’ 간 갈등이 아닌 ‘문 대통령, 윤 총장’의 대결로 해석했다.

특히 법무부가 징계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웠던 근거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문 대통령이 짊어져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추 장관 측은 이번 징계가 ‘문 대통령의 적법한 권한 행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 장관 측은 ‘최고 통치권자’에 의해 징계 효력이 발생했다며 징계에 당위성을 부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리수 징계’라는 정치적 화살이 문 대통령에게 꽂히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심문이 본안 소송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정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이번 심리에서 본안 소송의 쟁점인 징계 사유의 정당성, 징계 절차의 적법성 등에 대한 검토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광범위한 검토 끝에 징계 사유가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사실상 징계 ‘무효화’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검사징계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줄곧 강조해온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을 주문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하며 당초 3일로 예정됐던 징계위가 10일로 재차 연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윤 총장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법원의 결정 직후 “법원 판단이 늦은 시간에 나왔다. 오늘 청와대 입장 발표는 없다”며 짧은 입장을 전했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 찍어 내기’에 불과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세운 검찰 개혁의 명분도 뿌리째 흔들리게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집행정지 사건 1차 심문일인 22일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권력 기관 개혁으로 인한 갈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의 현 정권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윤 총장이 복귀하면서 정권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지휘 아래 정권과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비롯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정치적 부담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23일 윤 총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내부 자료 삭제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면서 “윤 총장이 돌아오면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닐 듯하다”고 진단했다.

40% 밑으로 하락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당분간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징계로 국민적 피로도를 높였던 추·윤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윤 총장의 복귀로 진흙탕 싸움이 재개될 경우 지지율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 집계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37.4%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1.4%포인트 오른 59.1%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정치 판세에 대해 “완벽한 레임덕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고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세민·이경운·임지훈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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