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결국 무산된 것을 두고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고 검찰과 법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임 전 비서실장의 글에 대해 “법치주의 본질을 크게 오해하고 경시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단단한 눈 뭉치에 정면으로 이마를 맞은 느낌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고 적었다. 임 전 실장은 “(검찰과 법원이) 사실과 진실을 좇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하고 사건을 구성한다”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도 보이지 않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염치도, 자신들의 행동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 전 실장은 “손 놓고 바라봐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며 “민주주의가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고 언급했다. 이 같은 글은 임 전 실장이 제도권 정치로 들어와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힌 뒤 주로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임 전 실장의 글에 즉각 반발하며 비판을 제기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외롭지 않게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대통령 최측근의 다짐은 삼류 조직의 보스를 위한 하수인의 태도이며, 나아가 애국 시민과 정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안 대변인은 이어 “머릿속에 잘못 새겨진 의식이 가득 찬 사람이 법치주의와 헌법에 대한 이해가 있을 리 만무하나,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갈망하는 국민의 냉철한 판단과 이어질 엄중한 단죄로 인해 눈 뭉치가 아닌 쇠뭉치로 맞은 듯 고통스러울 터인데 걱정”이라고도 일갈했다. 그러면서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칼이라도 갈 듯 벼르는 임 특보의 칼날이 누구를 향한 칼날이 될지 두고 볼 일”이라면서 “그러나 그 무엇을 하든 공정과 정의를 팔고 진영을 산성 삼아 평생 꿀을 빨 수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혈안인 모습으로 밖에 비치지 않음을 깨닫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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