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해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틀 연속으로 골프장을 찾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갔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성탄절인 25일(현지시간)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코스를 방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행을 앞두고 “미국인을 위해 쉼없이 일할 것이다. 스케줄에는 많은 회의와 전화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는데 막상 플로리다에 가서는 이틀 연속 골프를 친 것이다.
잇단 골프장행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코로나19의 심각한 재확산 속에 의회가 어렵사리 마련한 예산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경기부양책과 연방정부의 2021회계연도 예산을 담은 2조3,000억달러 규모 예산안을 처리한 뒤 2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송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개인에게 지급키로 한 코로나19 지원금을 현행 최고 600달러에서 2,000 달러로 늘려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의 자금이 28일 고갈되기 때문에 29일부터 셧다운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미국은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 거부권을 행사해 역대 최장인 35일간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이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셧다운이 현실화할 가능성과 함께 의회가 임시예산을 편성해 이를 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법안 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코로나19 대책 차원에서 마련한 현금 지급과 실업급여 추가 지급, 강제퇴거 보호 조치 등이 중단된다.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NDAA)을 재의결하기 위해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회의를 각각 소집해 놨지만, 이후 회의 일정은 잡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선거에서 뽑힌 의원들이 내년 1월 3일 임기를 시작하면 새 의회가 출범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의회가 합의한 예산안이 자동 폐기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셧다운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주 초 회의 때 임시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AP는 전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까지 언급하진 않아 막판에 서명할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의회의 법안 과정에서 자신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식과 함께 공화당이 대선 불복 운동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는 불만도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 “오늘 플로리다 회의에서 모든 이들은 민주당이 대선을 훔쳐갔다는 사실에 대해 왜 공화당이 싸우지 않는지 물었다”고 적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대유행 와중에 정부 셧다운을 위협하는 수류탄을 던져놓은 뒤 플로리다에서 이틀 골프를 치며 보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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