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150일 남짓한 아이를 키우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는 한 여름이었는데요, 그 집 아이가 아이가 기저귀를 3장이나 차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왜 더운데 기저귀를 세 장이나 차고 있어?”
이유를 묻자 엄마는 ‘고관절 탈구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처음 들은 단어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교정을 위해 아이의 다리가 벌어진 채로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기저귀를 여러 겹 차고, 재울 때도 아기띠로 안아서 재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절 탈구는 전문 용어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라고 하는데요 신생아 1,000명 중 1.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발생하는 아주 흔한 질환입니다. 오늘은 자가진단으로 고관절탈구를 알아내는 방법과 조기 대응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신생아 고관절탈구, 안는 자세나 쭉쭉이 등 주로 후천적 발생 |
‘고관절’은 엉덩이뼈와 허벅지뼈를 연결하는 관절입니다. 그러니까 고관절 탈구라 함은 이 연결 관절이 빠졌다는 의미입니다. 고관절 탈구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1,000명 중 1명 꼴로는 선천적인 이유로는 가족 중 진단 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첫째아이, 남아보다 여아인 경우 발생한다고 합니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앉은 자세로 있을 때 발생 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관절탈구는 후천적으로 발생합니다. 출생 후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고관절 탈구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다리를 길어지게 하겠다’며 자주 하는 ‘쭉쭉이’가 대표적인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쭉쭉이는 고관절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키 크는 데도 영향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아이를 안는 자세가 고관절을 펴고 다리를 모은 자세로 아이를 고정해 안으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잘 나타납니다.
고관절 탈구는 신생아일 때 육안으로 발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양쪽 가랑이 주름인데요, 고관절이 빠진 쪽의 가랑이 피부 주름이 뒤쪽으로 길게 늘어나 있거나 아이의 피부 주름이 비대칭일 때 고관절 탈구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후 3개월 이후에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는경우, 아이의 양쪽 무릎 높이가 다른 경우에도 정형외과 등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습니다. 방치할 경우 이후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아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는 초음파검사나 방사선 검사를 통해 고관절 탈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생후 6개월까지는 초음파 검사가 유용하며 이후에는 단순 방사선 검사를 통해 주로 진단합니다.
조기발견 중요해...2021년 1월 생부터 생후 14~35일 검진 신설 |
생후 6개월 이전의 신생아 시기에 발견하면 파브릭 보장구 등 교정기를 이용해 누워있는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걷기 시작할 때는 피부를 절개하고 골절 부위를 보면서 맞추는 ‘수술’을 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일찍’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육안으로 발견하는 것이 늘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의료계에서는 그간 지속적으로 영유아검진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건의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영유아 검진은 4~6개월 시기에 처음 시작하는데 이 질환을 발견하기에 조금 늦은 편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내년부터는 생후 14~35일 사이에 1차 영유아 검진이 진행됩니다. 복지부는 “성장하면서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등 생후 초기에 발견 가능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2021년 1월 1일 출생자부터는 생후 14~35일 기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등에 사전 등록을 신청해 영유아 초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검진 기간을 유예할 수 있는 점도 참고하세요.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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