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 4월 2일 법무부로부터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채널A 사건에 대한 진상 확인 지시를 받은 당일 감찰을 시작하겠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법무부의 진상 확인 지시는 3월 31일 MBC가 관련 보도를 하고 이틀 만에 나온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련 녹취록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기다려보자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검은 MBC와 채널A에 녹음파일·촬영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이었다. 한 부장은 이로부터 5일 뒤인 4월 7일 윤 총장에게 ‘성명 불상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문자 메시지로 보고했다. 이에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의 진상 조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감찰을 중지시켰다.
27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의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에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채널A 사건 감찰 방해’와 관련해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 4월 2일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채널A 사건에 대한 진상 확인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한 부장은 당일 윤 총장에게 법무부 장관의 지시 사실을 보고하면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에서 MBC와 채널A로부터 녹취록을 받아 분석한 후 감찰 사안이면 감찰부로 넘겨주겠다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5일 뒤인 4월 7일 16시 15분경 한 부장은 병가 중이던 윤 총장에게 ‘성명 불상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 부장은 한 검사장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한 검사장이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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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윤 총장은 4월 8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를 통해 대검 감찰부에 ‘감찰 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대검 인권부에 채널A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감찰 대상자가 ‘성명 불상’으로 되어 있고 언론의 추측성 보도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어 감찰을 개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부장은 4월 2일과 4월 7일 사이에도 윤 총장에게 몇 차례 감찰 의사를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은 지난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 개시 보고는 일방 통보가 아니라 수차례 검찰총장, 대검차장에 대한 대면 보고 및 문자 보고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4월 2일 한 부장에게 ‘감찰의 방법과 주체 등에 관해 연구해서 보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한 부장은 윤 총장에게 4월 5일과 4월 6일에 감찰을 개시하겠단 의사를 다시 피력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4월 6일에 ‘녹취록 파일이 올 때까지 좀 기다리라. 앞서 보고하란 것은 왜 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내용의 메모를 내려보냈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은 “윤 총장이 사전에 2회에 걸쳐 기다리라고 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찰부장이 지시에 반하여 개시 통보만 하면 (감찰 개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한 부장에게 당시 어떤 보고와 대답이 오갔는지 질의했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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