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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연말연시는 ‘철학의 시간'으로

벽돌책부터 스낵형 교양서까지

코로나 시대 철학서 출간 잇따라

불확실성 속 '기본'에 대한 관심↑

연말연시를 맞아 철학서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19 ‘집콕’ 여파로 예년보다 독서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소에는 쉽게 읽기 어려운 책 읽기를 시도하는 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본’에서 답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 역시 철학책 출간 붐에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출판계에 따르면 을유문화사는 철학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러셀 서양철학사’ 3판을 새로 냈다. 기존 판형보다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높이고 글자 크기와 행간, 여백 등을 조절해 가독성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띈다. 소장 가치보다는 책 읽기에 초점을 더 맞췄다는 의미다. 책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대표 지성이라 불리는 버트런드 러셀의 인생 역작이다. 고대 철학, 가톨릭 철학, 근현대 철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데카르트, 로크, 칸트까지 2,500년 서양 철학의 흐름을 재치와 유머를 가미해 설명한다. 출판사 측은 “러셀의 해박한 지식과 자유로운 해석, 명료한 비판을 곱씹으면서 철학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대한 철학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을 위한, 이른바 ‘스낵형’ 철학교양서도 출간됐다. 철학자인 최훈 강원대 교수가 쓴 ‘읽기만 하면 내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 365’는 철학의 세계로 향하는 문턱을 크게 낮춘 책이다. 철학 용어와 개념, 철학자와 그들의 생각법 등을 하루에 한가지씩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저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사고가 정지된 듯한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코로나 19시대 더 중요해진 철학의 가치를 강조한다.





개별 철학자의 삶과 사상에 집중한 신간도 많다. ‘니체에 관한 모든 것(부글북스 펴냄)’은 니체의 철학 세계 여행을 결심한 독자들을 위한 기본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문화 비평가였던 헨리 루이스 멘켈이 1907년, 즉 니체가 죽은 지 7년 후 썼던 책으로 최근 집필 된 니체 해설서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저자는 철학자를 인간 니체, 철학자 니체, 예언자 니체 순으로 소개한다.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책도 있다. 연암서가에서 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는 당대 최고 철학자이자 문장가였던 두 사람이 사고력과 통찰력을 어떻게 키웠는지를 알려준다. 두 철학자는 20세기 독일의 3대 고전 작가인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에게 큰 영향을 준 문장가로서 독서와 글 읽기의 힘을 보여주는 증인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교유서가는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리처드 턱의 저서 ‘홉스’, 문예출판사는 막스 베버 선집 ‘카리스마적 지배’, 이학사는 야스퍼스의 ‘철학적 생각을 배우는 작은 수업’ 등을 최근 내놓았다. 철학자는 이미 죽었지만 그들이 남긴 사상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코로나 19 불확실성 시대에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출판사들이 말하는 출간 이유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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