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 복귀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다음 행보와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 장관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을 했지만 후속 개각과 인사 청문회 등 후임자 인선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추 장관이 이 기간 법원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윤 총장 가족 및 측근 관련 수사 박차, 내년 1월 초 검찰 정기 인사 등의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돌입한 만큼 이번 주 중 추 장관의 사표 수리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추 장관은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의 대응 카드로는 먼저 법원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가 꼽힌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데 대해 “결정문을 분석한 뒤 즉시항고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5~27일 연휴 동안 결정문을 검토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즉시항고 기간인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가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윤 총장과 법무부는 서울고법에서 한 번 더 다퉈야 하고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또 다른 카드는 윤 총장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고삐를 죄는 방법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 사건 네 가지를 수사 중이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이성윤 중앙지검장에게 윤 총장 가족 의혹 수사팀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사건 수사팀에 올해 안에 관련 사건들을 매듭지어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중앙지검이 진행 중인 수사는 △윤 총장 부인 회사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윤 총장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윤 총장 부인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연루 의혹 △윤 총장 측근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 뇌물수수 및 사건 무마 의혹 등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1월 검찰 정기 인사 카드다. 앞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반대한다는 검사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이번 검찰 인사도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를 재고해달라고 공식 입장을 냈던 조남관 대검 차장을 비롯해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린 고위 간부들의 교체설이 나온다.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재판에 넘긴 조상철 서울고검장,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지휘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추 장관의 다음 행보는 문 대통령이 언제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만일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사표를 조속히 수리할 경우 추 장관의 행보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추 장관 후임으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실패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 징계 실패의 후폭풍을 감당해낼 만한 인물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구민·윤홍우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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