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을 종료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2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VFA가 곧 종료된다”면서 “내가 그 협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군은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최소 2,000만 도스의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떠나는 게 더 낫다”면서 “백신을 제공하지 않으면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1998년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VFA를 체결했고, 이후 필리핀에서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했다.
앞서 필리핀은 올해 2월 미국에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에 이 협정이 공식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종료 절차 중단을 통보해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된 상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VFA 카드까지 꺼내며 미국에 백신 공급을 압박하는 것은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등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현지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영국발 여객기 입국 금지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1월 중순까지로 연장하고 내년 1월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의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시범 시행하는 것을 허용했던 결정을 전격 취소했다.
/김민혁기자 mine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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