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제철 설비업체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제철소를 유럽에 건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탈석탄화가 산업계의 주요 과제로 급부상하면서 철강업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수소제철 설비의 실용화에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오스트리아의 철강 대기업 뵈스트알피네와 함께 수소 제철 설비를 개발해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철광석을 수소로 직접 환원하는 ‘DRI’ 방식을 사용하는 이 설비는 연간 25만t의 철강을 생산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실질 제로(0)인 수소 제철 설비로는 세계 최대급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0억t으로 2000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전체 산업에서는 차지하는 비중도 25%에 달할 정도로 기존 석탄을 이용해 철강 생산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수소 제철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는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기존 제조법과 같은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수소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현재 수소 유통가격은 1N㎥(표준상태인 기체의 부피를 ㎥로 표시한 단위) 당 100엔 정도다. 일본 정부는 대량 생산 등으로 2030년에 1N㎥ 당 30엔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대형 철강 업체의 한 간부는 실용화를 위해서는 수소 가격이 1N㎥ 당 10엔 수준으로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에 전했다.
미쓰비시는 노르웨이, 호주의 수소 제조 기업에 출자하는 등 수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소 제조는 물론 설비 건설, 운영까지 일괄 공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맞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목표를 법률에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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