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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일본 애니영화 흥행 1위…'센과 치히로'도 제쳤다

상영 수입 3,440억원·관객 2,400만명

도쿄의 한 영화관 앞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포스터를 촬영하는 행인들. /교도연합뉴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편’이 일본 내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배급업체인 도호(東寶)는 이 영화의 일본 내 상영 수입이 지난 26일 321억2,000만엔(약 3,400억원)을 기록하며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고 28일 발표했다.

일요일인 전날(27일) 기준으로는 흥행수입이 324억7,000만엔으로 불어났고, 동원 관객은 2,404만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일본 내 흥행수입 1위 애니메이션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었다.

2001년 공개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개봉 253일 만에 흥행 수입 300억엔을 넘어서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사에서 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올 10월 16일 개봉된 ‘귀멸의 칼날’은 59일 만에 300억엔대 수입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72일 만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누적 수입(316억8,000만엔)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인기 만화가인 고토게 고요하루의 원작을 토대로 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다이쇼(大正·1912∼1926) 시대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이 도깨비로 바뀐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다양한 도깨비들과 싸우는 모험담을 코믹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교도통신은 극장판 흥행 성공에 힘입어 지난 4일 발매된 만화 단행본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제23권은 초판으로만 395만 부가 발행돼 제1권부터의 누계 발행 부수(전자판 포함)가 1억2,000만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집권을 통해 이 같은 흥행 현상을 해석하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26일 마이니치신문은 ‘귀멸의 칼날 붐과 스가 전설’이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글을 실었다. 이 기사는 “도깨비를 죽이는 데 도전하는 주인공의 입지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을 보고 스가 총리의 출세담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스가 총리는 부모님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세습 정치인이 흔한 일본 정가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명문대 학벌이나 지역구 세습 없이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아베 신조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냈고 총리에 올랐다.

그러면서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을 지내던 시절 같이 일했던 관료들의 회고를 소개했다. 당시 스가 총리는 한 관료에게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라. 고생하면 평소 싱글벙글하고 있는 사람이 마음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보이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 말을 듣고 이 관료는 “무심코 소름이 돋았다”고 떠올렸다. 고통 자체를 긍정하고 역경을 이겨내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귀멸의 칼날 주인공과 스가 총리는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이 신문은 해석한 것이다.

마이니치는 “귀멸의 칼날은 스스로 어려움에 맞서 이겨내는 극복심, 투쟁심을 익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서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으려는 미사여구가 넘쳐나지만 실제로 가혹한 현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귀멸의 칼날의 대히트도 빈주먹으로 출발한 총리의 탄생도 불안의 시대에 나아갈 방향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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