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피해 배상을 미뤄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국내 자산 매각 명령이 29일부터 가능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양금덕(91) 할머니 등 강제 노역 피해자·유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특허권 특별 현금화 신청 사건 처리를 위해 대전지법이 공시송달한 압류명령 결정문 4건 중 2건의 효력이 이날 발생했다. 나머지 2건은 30일 0시를 기해 발효된다. 매각 명령 신청에 따른 심문서 공시송달 효력은 지난달 10일 발생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관련 내용을 게재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강제 노역 피해자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 매각 절차는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됐다. 법원은 사정 변경이 없다면 감정평가·경매·매각 대금 지급·배당 등 후속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강제 노역 피해자와 유족들은 2012년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피고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들은 지난해 3월 22일 대전지법을 통해 판결 이행을 미루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은 후 매각 명령을 신청했다.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 400만 원이다.
이번 명령 발효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 즉시 항고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이날 “한일 양국 간 및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간의 (의견) 교환 상황 등을 근거해 압류명령에 대해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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