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3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정부양책에 서명하며 미국 증시가 일제히 오르자 일본 증시도 덩달아 매수세가 강해진 데 따른 영향이다.
29일 일본 도쿄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전날보다 714.12포인트(2.66%) 오른 2만 7,568.1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990년 8월 이후 30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우량 상장사로 구성된 토픽스지수 역시 1,819.18을 기록해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구체적으로 신에쓰화학공업은 이날 주당 1만 8,345엔에 장을 마쳐 상장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일본 전자 부품·기기 업체인 무라타제작소와 키엔스도 연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았던 도카이여객철도(JR도카이)와 일본항공(JAL)도 덩달아 강세를 보였다.
단연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이 강세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부양책에 서명하자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감했다.
이번 기록으로 일본 증시는 ‘잃어버린 20년’에서 완전히 회복됐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닛케이225는 일본 경제 버블의 절정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3만 8,915.87(장중 3만 8,957.4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장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상 최고치에 오른 지 약 20년 만인 2009년 3월 10일 버블 붕괴 이후 최저가인 7,054.98까지 밀려나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출범한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이 유동성 공급과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아베노믹스’를 실시하자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탔고 2018년 10월 2일 종가 기준으로 27년 만의 최고치인 2만 4,270선까지 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초 다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적극적인 시장 부양책으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뉴욕 증시의 상승 흐름과 맞물리며 11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펼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기업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도 흔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새해, 최소한 내년 1월에는 강세장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증시는 30일 올해 마지막 거래 이후 2021년 1월 4일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한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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