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중소 협력업체들이 대기업과 외국계 협력업체에 부품 납품을 호소했다. 이들 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는 단기적으로 쌍용차(003620)의 생산 중단을 야기하고 중소 협력사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자율 구조조정(ARS) 프로그램에 돌입한 쌍용차의 매각 작업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350개 쌍용차 협력업체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다.
30일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개 중소 협력사 모임인 ‘쌍용차협동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이날 발표했다.
협동회는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는 물론 16만여명의 임직원이 속한 중소 협력사의 고용 안정과 생존을 위해 부품 공급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동회는 “현재 일부 대기업과 외국계 부품 협력사가 회생절차를 이유로 부품 공급을 거부하고 있어 쌍용차가 생산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중소 협력사는 생산 라인을 가동하지 못해 연쇄 부도와 실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도 촉구했다.
지난 29일 협동회는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내 쌍용차에 납품을 계속해달라고 호소했다. 협동회는 “일부 협력사들의 납품 중단으로 현재 생산라인이 비정상적으로 가동 중에 있어 우려스럽다”며 “쌍용차를 믿고 납품과 인내로 회생에 도움을 주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협동회는 또 “12월 만기가 도래한 어음의 50%를 29~30일 현금으로 결제받는 등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있고, 나머지 금액도 순차적으로 결제받을 것을 쌍용차로부터 약속받았다”고 덧붙였다.
협동회는 쌍용차가 이번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09년에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쌍용차가 협력업체의 대금을 장기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ARS 프로그램을 우선 시행하는 만큼 부품 대금은 정상적으로 납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협동회는 “쌍용차의 법인회생절차 신청은 신규 투자자를 찾아 정상적인 개발과 생산 및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어려운 시기지만, 쌍용차가 새 주인을 조속히 찾아 안정된 영업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고 당부했다.
쌍용차는 현대모비스(헤드램프)와 S&T중공업(차축 어셈블리), LG하우시스(범퍼), 보그워너오창(T/C 어셈블리),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콤비 미터) 등 5개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24일과 28일 이틀간 평택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현대모비스와 S&T중공업은 29일부터 부품 공급을 재개했으나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 납품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쌍용차의 지불 능력에 의문을 품으며 납품 중단을 통보하고, 이미 납품한 물품에 대해서도 현금 결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부품업체들로부터 재고 물량을 받아 31일까지는 공장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품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이 부품 납품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쌍용차는 내년 공장 가동을 장담하기 어렵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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