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들을 조사해 보니 창의적 사고역량이 높지 않은데다 자존감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래 진로를 찾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기 힘들어 잠재역량을 발휘할 수 없잖아요.”
박남규(54·사진) 한국창의성학회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은 3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초·중·고·대학에서 자존감을 찾아주는 창의성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 전략과 국제경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마이애미대학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를 했다. 모교 부임 뒤 창의성 사고역량 확충을 위한 교육혁신에 나서 왔으며 지난 2017년 초 (주)‘한국창의성학회’를 서울대 16개 단과대 소속 교수 등 70여명과 함께 3억여원을 공동출자해 창업했다.
박 회장은 “창조와 혁신’이라는 과목을 듣는 신입생 80명을 조사했더니 창의적 사고역량은 평균 78점인데 자존감은 34점에 불과했다”며 “아마도 자기 실력이나 스스로의 성취보다 사교육 등 부모님의 지원에 의해 훈련받은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 교육의 초점이 여전히 지식전달에 맞춰져 있고 창의성 사고역량 키우기는 뒷전으로 치부되는 현실과 직결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창의적 사고’ 등 교육혁신에 관해 10여권의 책을 쓰고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도 다수 쓰며 교육혁신을 고민해 왔다”며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교사나 교수나 창의성 교육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저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이 지속되며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지 몰라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스라엘 초등학교에서는 ‘고양이와 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도록 한다. 이렇게 창의성학회는 교사나 교수에게 창의성 콘텐츠와 교수법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모두가 각자의 재능을 살려 해당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게 만들려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초·중·고에서 창의체험활동을 한다고 창의적 사고역량이 길러지지 않아 과학적으로 창의성을 평가 받고 각자의 재능과 자존감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창의성학회는 오랫동안 축적한 자체 역량에다가 35년 전부터 활동한 미국 세계측정센터(global assessment center)의 창의성 진단 서비스까지 1년 전 인수해 9가지 유형에 맞춘 창의성 진단 서비스(CTS)를 국내외로 전파하고 있다. 측정 뒤 분석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 교육이 바뀌려면 서울대부터 지식 측정보다는 창의적 사고역량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입시를 바꿔야 한다”며 “앞으로 창의성 교육 콘텐츠를 시스템화하고 교수법과 교과서까지 만들어 학생들이 가슴 뛰는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 길게 보고 베트남이나 우크라이나 등의 공교육에 적용할 수 콘텐츠부터 만들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창의적 사고역량을 길러내는 공교육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창의성학회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창의성 진단을 활용하면 중·고생의 진로적성 파악이나 기업의 인재채용과 부서배치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창의성학회는 창의성 진단 서비스를 미국·싱가포르·호주·벨기에 등으로 확산하고 학교·기업·정부기관에 대한 창의성 용역·컨설팅, 온·오프라인 체험활동이나 출판, 창의성 콘텐츠와 앱 개발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창의성학회는 올해 6억원(9월 결산법인), 내년 1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데모데이에 나가 창의성학회를 소개하며 인기상을 받은데 이어 조만간 SK나 신한금융그룹 등이 주최하는 사회적 기업 데모데이에도 출전할 방침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상표권도 많이 출원했고 내년부터는 아마존에서 다양한 콘텐츠 유통에도 들어갈 것”이라며 “전문경영인(CEO)도 영입하고 투자도 유치하겠다. 미국과 유럽에 창의성학회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도 가속화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