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락다운과 경기침체, 이후 경제활동 재개 등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기술주 초강세를 비롯해 테슬라 같은 주식이 급상승하기도 했죠.
내년에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전망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입니다. 내년 1·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상향되고 있는데요.
따져봐야할 게 인플레이션입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되는데 최근 월가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큰 폭의 물가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년 봄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2%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근원 PCE 물가지수 2%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준인데요. 2020년 마지막 ‘3분 월스트리트’에서는 내년 인플레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내년 4월 전후 2% 돌파...이후 다시 2% 밑으로"
씨티그룹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씨티는 인플레이션이 내년 4월까지 2%를 넘어 몇 달 동안 머무르다가 연말까지 2%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중고차와 의료서비스 가격이 안정되면서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폭발할 여행과 의류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상쇄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근원 PCE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잣대입니다. 이중 2%는 금리 인상의 기준이 되죠. 미 경제방송 CNBC는 “내년에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은 잠시 동안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산업계의 가격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금리인상은 없을 듯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전반적으로는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데요. 우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지난 12월 FOMC 후 “현재 전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년에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억눌려 있던 여행이나 문화 소비 수요에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과거의 인플레이션 역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물가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못 박았는데요.
뒷 문장을 보면 일시적인 물가상승이 있어도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파월 의장은 “2%를 넘는 기간이 상당 기간 유지”돼야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상당 기간의 정의는 연준 마음입니다. 봄까지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를 돌파하더라도 그 이후에 잠잠해지면 긴축카드는 없을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의 심각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용시장 살아나야 긴축"
연준은 내년에 실업률이 5.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월 반세기 만의 최저라고 했던 실업률이 3.5% 수준이었기 때문이지요. 골드만삭스는 “고용시장이 매우 좋아져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는 곧 연준을 금리 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준도 12월 FOMC에서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재확인했죠.
정리하면 내년 봄 전후로 깜짝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지만 관리가 가능할 것이며 연준의 긴축은 최소한 내년은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봄이 지나서 떨어질 줄 알았던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상당히 낮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고용상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전해드렸듯 인플레이션은 내년 내내 주목해야 할 지표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