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31일 청와대를 떠나며 “최고의 대통령을 모신 지난 2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노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임 유영민 비서실장 및 신현수 민정수석 임명을 직접 발표한 뒤 퇴임의 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편견없는 합리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가진 분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 비서실장은 그러면서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월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강남 아파트가 아닌 청주 집을 처분해 논란에 휩싸인 것과 부동산 시장 혼란 및 최근 백신 공급 문제 등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지명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의 일련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물러난 데 대한 소회도 밝혔다.
노 비서실장은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이라는 구절도 인용했다. 그는 “세척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뜻”이라며 “세척이면 1미터인데 이 1미터의 얼음이 하루의 추위로 만들어진 게 아니듯 하루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도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 인내심을 갖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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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선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은 데 이어 문재인 정부의 2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 정치권에서는 노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헬스·미래차·시스템반도체를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집중 지원하도록 하는 데 공로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비서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과 미중갈등, 코로나 19 사태 등 전대미문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반면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3차 코로나 대유행,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 등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도 크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편, 김종호 민정수석은 이날 이임사를 통해 “코로나 발생 등 엄중한 시기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소관분야 주무수석으로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권력기관 개혁이 제도적으로 완성되는 시기에 함께 했다는 게 큰 영광“이라면서 ”후속조치까지 차질 없이 완수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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