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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사설] 새해 대한민국 희망 만드는 건 깨어있는 민심

미중 패권전쟁·코로나 '복합 위기' 터널

독주 정치로 경제·안보 불안, 국론 분열

헌법가치 지키며 '부강한 스마트국가'로

선거의 해…여야 실용 경쟁 국민이 감시

[신년 사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으며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독일의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명언이다. 정치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두 교수는 ‘경제 제도가 국가의 빈부를 좌우하는데 경제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 제도’라고 역설했다. 정치 지도자의 결단은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노동 개혁은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깨어나게 했고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과감한 개혁은 ‘영국병’을 치유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잠자던 중국은 강대국으로 등극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와 그리스 지도자들은 나라를 수렁에 빠뜨렸다.

2020년은 정치가 국민들에게 좌절과 고통·분노를 가져다준 해였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이럴 때일수록 ‘터널 끝에 빛이 있다’는 화두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새해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정치에서 희망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가을쯤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진다.

현재 대한민국호(號)는 거센 풍랑을 만나 혼돈과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패권 전쟁을 벌이면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은 ‘민주주의 동맹’을 외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번지면서 산업 지형 재편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념에 갇힌 문재인 정권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면서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여권의 오기와 독주 정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 4·15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기업 규제 3법 등을 밀어붙였다. 정치 사상가 알렉시 토크빌이 우려했던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검찰총장 징계 시도에 이어 검찰 수사권 폐지까지 추진하는 등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폭주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는 포퓰리즘 경제 정책은 저성장과 청년 실업, 부동산 대란, 분배 악화 등을 초래했다. 경제성장률은 2019년 2% 턱걸이에 그친 데 이어 2020년에는 -1.1%(한국은행 추정치)로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취업자는 전년보다 27만 3,000명 줄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 빈곤층은 55만 명이나 늘었다. 24차례나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과 전세 매물 급감 등의 악순환을 낳았다. 중국 눈치를 보고 북한에 매달리는 외교 안보 정책은 ‘안보 불안’을 키웠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해도 단호하게 응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견제 기능과 대안 제시를 하지 못했다.

‘복합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중심을 잡고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국민을 통합시키는 신뢰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통한 ‘부강한 스마트(smart) 국가’ 건설이다. 최우선 과제는 나라의 기본 틀인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주의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 ‘따뜻한 자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초격차 과학기술을 확보해야만 선진강국의 틈새에서 먹고살 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 파트너인 인텔과 절연하기로 한 것은 기술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들을 풀고 노동 개혁도 해야 한다. 경제단체장들은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규제 개혁을 호소했다.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라고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다. 여야는 당장 규제 3법 수정과 보완 등을 통해 기업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

안보 강국 건설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제는 미중 사이에서 회색 전략을 펴는 것을 그만두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 북핵 동결 쇼가 아니라 완전한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일 주변국들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반격할 능력을 갖추는 ‘고슴도치 전략’을 펴야 평화와 안보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실용적·생산적 정치를 해야 서민들을 위한다면서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선의의 역설’을 피할 수 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심각해진 ‘국론 분단’ 사태를 해소하는 통합의 정치도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통합과 고른 인재 등용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국민·의료진이 혼연일체가 돼 캄캄한 코로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결단과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먼저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이 결단해야 한다. 집권 세력은 사람 교체에만 그칠 게 아니라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표 얻기에만 신경을 쓰면서 도그마에 빠진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민생 문제를 풀어가는 실사구시 정책을 펴야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야당도 소모적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품격과 도덕성·실력을 갖추고 정책·비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으로 정치권을 이끌어가야 한다. 특정 정치 세력의 폭주를 막을 유일한 방파제는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에서 민심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국민의 대표자들을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하는 세력은 선거에서 심판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희망을 만드는 것은 깨어 있는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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