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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겪은 北, 화려한 공연·축포로 새해맞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신년경축공연·국기게양식·불꽃놀이

김일성광장에서 신년 경축공연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내내 대북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삼중고를 겪은 북한이 흥겨운 공연과 불꽃놀이로 2021년 새해를 맞이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부터 약 50분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신년경축공연을 생중계했다. 중앙TV는 “지금부터 신년경축공연과 국기게양식, 축포 발사를 실황중계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안내에 이어 광장에 마련된 무대를 비췄다.

그와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름을 지을 정도로 애정을 쏟은 모란봉전자악단 가수들과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 등장해 흥겨운 노래와 함께 춤과 율동을 선보였다. 무대 뒤편에는 ‘2021’이라는 커다란 숫자가 색색 조명으로 장식된 채 설치됐고,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솜과 조명으로 장식된 나무도 무대 양 측면에 배치됐다. 눈사람 인형 옷을 입고 탈을 쓴 사람도 양쪽에 하나씩 나와 공연을 보러 온 주민들에게 손짓으로 호응을 주문하며 흥을 돋웠다.

관객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어 공연 모습을 화면에 담거나 갖가지 캐릭터가 그려진 풍선을 들고 환호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와 비슷한 모습의 풍선을 든 관객도 있었다. 공연은 여성 중창·독창과 남성 독창 등 노래에 이어 민족무용 북춤과 왕재산예술단의 현대무용 등으로 이어졌다. ‘인민의 환희’라는 곡을 공연할 때는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라는 내용의 랩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와 관객을 조명으로 비춰 한밤중인데도 마치 저녁께인 것처럼 주위를 밝혔다. 무대가 ‘설눈을 내려라’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위에서 하늘하늘 떨어지는 종이 꽃가루와 함께 일제히 ‘와!’ 하며 환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신년 첫날 노동당 제8차 대회 대표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이날 공연 출연자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관람했다. 공연은 50분 만에 마쳤지만 잠시 후 이달 1일 0시부터 곧바로 새해를 여는 국기 게양식과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중앙TV는 시곗바늘이 0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화면에 담은 뒤 곧바로 광장 뒤편 인민대학습당 상층부에 내걸린 김일성·김정일의 초상을 비췄다. 이어 한동안 종소리가 울린 뒤 국가 선율이 시작되자 국기 게양식을 시작했다. 국기가 깃봉을 오르는 모습을 올려다보던 광장의 주민들은 곧이어 음악과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다시금 풍선을 흔들거나, 손을 들어 환호했다.

형형색색의 불꽃은 국기 게양대와 광장 맞은편 주체탑을 배경으로 약 10분간 이어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스마일’(웃는 얼굴 이모티콘) 모양으로 터지는 불꽃도 눈에 띄었다.

관객들은 추운 날씨에도 털모자와 장갑 등으로 단단히 무장했고, 얼굴에 마스크를 썼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중앙TV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참석자들이 저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2013년부터 매년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진행해왔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등장했던 화려한 무인기(드론) 공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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