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이란 악기는 ‘검은색’이다. 눈에 띄진 않지만, 그 안에 모든 색이 다 들어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사진)이 신축년 금호아트홀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한 해 동안 다채로운 클라리넷의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하게 됐다. 김한은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관악기와 비교할 때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감정 표현의 팔레트가 넓은 게 클라리넷”이라며 “상주 음악가로서 네 차례의 공연을 선보이며 클라리넷이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주음악가 제도를 도입해 30세 미만의 음악성이 돋보이는 젊은 음악인을 지원해 왔다.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이지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박종해, 첼리스트 문태국 등이 상주 아티스트로 활약하며 관객에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한은 제도 도입 이후 선정된 첫 관악 주자다.
금호아트홀은 “김한은 만 13세에 베이징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최고 유망주상을 받고, 2019년 세계적 권위의 독일 ARD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그의 음악 세계와 솔리스트로서의 독보적 매력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금호 영재로서 13년 간 여러 차례 금호의 실내악 무대에 서 왔던 그는 “혼자 네 번의 공연을 이끌어 갈 능력이 됐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 감사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한의 공연은 ‘온에어 : 지금부터 만나는, 김한’이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오는 7일 열리는 첫 무대 ‘신년음악회: 백투터퓨처’에서는 2007년 첫 금호 영재 콘서트의 첫 곡이었던 앙리 라보의 솔로 드 콩쿠르와 마지막 곡이었던 베버의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를 연주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낸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김한의 미래’를 가늠해볼 무대도 선보인다. 6월에는 클라리넷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대표곡들을, 10월에는 클라리넷의 민낯을 들여다 볼 무반주 연주를, 12월에는 클래식 작곡가의 재즈적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하는 도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은 김한에게도 마음 아픈 한해였다. 2019년 독일 ARD 콩쿠르 준우승 후 많은 연주가 예정돼 있었지만 90% 가까이가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됐다. 온라인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그에게는 “벽에 대고 연주하는 느낌”이 들었을 만큼 아쉬움이 컸다. “시대,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이 함께 숨 쉬며 공감하는 게 음악의 큰 뜻”이라는 김한. 그는 “이 상황이 종식돼 관객과 호흡하며 연주하는 자리가 하루빨리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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