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이란 영해에서 나포됐다고 AP통신이 이란 파르스통신을 인용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파르스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항구로 이동시켰다”며 “이 유조선에는 한국 국기가 달려 있었고,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을 이유로 나포했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 푸자이라 지역으로 항해하던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이란 반다르아바스 근해에서 포착됐다. 선박 소유주는 부산에 소재한 ‘디엠쉽핑’으로 전해졌다. 해상 안전 위험 관리 회사인 ‘드라이어드글로벌’은 선박에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출신 선원 23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에 타고 있던 이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당국은 선박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해군이 운영하는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란 당국과 한국 상선 간 ‘상호작용’이 있었고, 그 결과 상선이 이란 영해 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확인했다. 미 해군 5함대 역시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한국 선박이) 이란 해역으로 이동중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은 우리 선박 억류 관련 상세 상황 파악과 함께 선원 안전을 확인하고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청해부대(최영함)가 사고 해역으로 이동 중이며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인 우리 선박에 대해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적 유조선의 나포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장군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지 1주년을 맞은 3일 바그다드에서 수천 명의 이라크인들이 반미 시위를 벌였다.
앞서 이란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는 지난해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무인기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그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이란과 미국 간에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전략 핵 폭격기와 핵 잠수함을 잇따라 중동에 파견해 무력시위를 벌이자 이란은 군사 보복을 예고하면서 우라늄 농축 수준 상향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박성규·김인엽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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