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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해 벽두 미중 패권전쟁, 불구경할 일 아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7~11일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3대 통신 회사의 주식 거래를 중단하기로 하고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확고히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해양석유와 시노펙(中國石化)까지 뉴욕 증시에서 추가로 내칠 태세다.

이제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해오던 미중 공생 시스템은 무너졌다. 1997년 중국의 대규모 국유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됐던 차이나모바일이 첫 퇴출 대상에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이 밝혀왔듯이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의 국력을 키워줄 전략 산업을 봉쇄해나갈 것이다. 물론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더욱이 올해 중국은 ‘2개 100년(공산당 창당 100주년·신중국 성립 100주년)’을 맞아 경제와 군사력을 업그레이드해 2035년까지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강하게 밀고 나갈 공산이 크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필코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해 벽두부터 벌어지는 미중 패권 전쟁을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할 처지가 못 된다. 단기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장기적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면서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무역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그래야 중국이 우리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올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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