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박이 통할까. 1월 6일 열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측이 결과를 뒤집을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합동회의의 역할은 투표계산법(Electoral Count Act)에 명시된 그대로 표 계산. 대상이라야 선거인단 538명뿐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게 없었다. 의례적인 토의 속에 2시간가량이면 평화롭게 끝나던 회의에 풍파가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작전대로 각 주에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1명씩만 주의 선거 결과를 못 믿겠다고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전체 표결까지 갈 수도 있다. 물론 당선인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특별 조사에 착수할 경우 새로운 정쟁이 불가피하다. 의사당 바깥의 분위기는 더욱 살벌하다. 일부 상점은 문을 닫고 진열장 유리에 판자까지 둘렀다.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날린 상황. 무장하고 나가겠다는 극렬 지지자도 적지 않다. 시 당국은 주 방위군 동원까지 요청한 상태다.
미국 대선 제도가 이같이 복잡해진 배경에는 1800년과 1876년 대선이라는 역사가 깔려 있다. 1800년 대선에서는 같은 당 소속 정·부통령 후보가 똑같은 표를 획득하는 바람에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갔다. 의회는 36차례 투표 끝에 토머스 제퍼슨을 3대 대통령으로 뽑았다. 러닝메이트 제도와 의회의 역할을 담은 수정헌법 12조가 이래서 나왔다. 1876년 대선에서도 일반 득표에 앞서고도 선거인 확보에서는 단 1명 뒤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정쟁 격화 끝에 나온 대안이 투표계산법(1887년)이다. 합동회의도 이 법률 3조에 명시돼 있다.
관전할 대목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는 부통령의 역할. 리처드 닉슨과 댄 퀘일, 엘 고어, 조 바이든까지 부통령 시절 상원의장 자격으로 연석회의를 주재하며 소속당에 불리한 결정을 이끌었다. 대선에 패배한 부통령이지만 유권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둘째, 미국의 전 국방장관 중에서 아직 살아 있는 10명 전원은 정파를 떠나 트럼프에게 한목소리를 냈다. 승복하라고. 위기에 강한 미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버틸 경우 경호실이나 군에 의해 쫓겨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과 월가 금융인들도 비슷한 성명을 냈다.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갈까. ‘승자의 아량과 포용, 패자의 승복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전통과 유산에서 멀어지는가. 모를 일이다. 트럼프이니까.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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