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록다운(봉쇄)이 시행되자 안전 자산에 자금이 쏠리면서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유로와 엔·파운드 등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가 한때 102.8 선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경제활동 재개가 이어지면서 추락을 거듭하더니 4일(현지 시간)에는 89.8 선까지 주저앉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무제한 돈 풀기와 재정 적자에 달러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심리적 저항선인 87도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관심은 달러 패권이다. 계속되는 약세에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달러의 미래에 대해 “코로나19는 관광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환율 변동성을 높였다”며 “중국의 경우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해 경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코로나19는 GDP 점유율을 서구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위안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라인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바로 기축통화의 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달러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점”이라며 “이는 지금으로부터 수년 뒤에나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달러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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