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새해 첫 화두로 ‘통합’을 제시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소모전과 여당의 입법 폭주에 따른 국민들의 정치 혐오 의식이 팽배해진 가운데 새해를 맞아 어떤 방식으로든 ‘둘로 쪼개진 나라’를 복구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고민이 담긴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진영과 이념 대립으로 인한 정치권의 분열, 심화하는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와중에 제시된 ‘통합’ 메시지가 국내 정치와 사회·경제 분야에서 어떤 형태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특히 서울경제(1월 4일자 1·2·3면 참조)가 신년 기획으로 정치권에 제안한 ‘통합의 정치’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해석돼 향후 제시될 ‘통합 청사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신년 인사회를 열고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라면서 “코로나에 맞서 기울인 노력을 서로 존중하고,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함께 인정하고 자부하며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밝힌 ‘통합’이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와 연결되는 데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추락하고 여권 내에서도 사면론이 무르익는 가운데 나온 통합 메시지를 단순히 신년 덕담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교체하고 청와대를 개편하며 ‘추·윤 갈등’에 따른 국정 난맥상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부동산 정책 분야에서 ‘주택 공급’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변화된 모습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가 여전히 코로나19 대응과 정치적 사면 등 제한적인 부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위기 극복의 전면에 서야 할 기업들이 선거용 입법 폭주에 신음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노동 개혁 등도 요원한 상황에서 임기 후까지 내다본 사회 대통합의 구체적인 계획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임기 후반부에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과 정책을 이끌어갈 인물 후보군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청사진이 없으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윤홍우·박진용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