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사실상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마지막 관문인 의회 합동회의에서 합법적 당선인 신분을 인증받고, 의회 내 시위대 난동 사태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정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트위터 영상 메시지에서 "이제 의회가 (대선) 결과를 인증했고,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이 순간은 치유와 화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선 불복과 관련해 "유일한 목표는 투표의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전날 의회 난동 사태 후 취해진 정지 조치에서 해제된 뒤 처음으로 나온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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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2020년 대선에서 새로운 주제로 옮겨갈 때라며 "우리는 막 치열한 선거를 겪었고 감정은 고조돼 있다. 그러나 이제 침착해지고 평온함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봉직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도 했다.
2분 41초짜리 동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는 전날 시위대 앞 연설에서 격앙된 목소리와 달리 차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 난동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법과 질서의 나라이고 그래야 한다"며 "의사당에 잠입한 시위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본거지를 더럽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폭력과 파괴 행위에 관여한 이들에게. 당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법을 어긴 이들에게. 당신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폭력사태 해소를 위해 즉각 주방위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고립무원의 위기 상황에서 선동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외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는 상반된 보도를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13일 남겨두고 조기 퇴진 논의가 커지는 와중에 마침내 현실에 굴복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직이 곧 끝난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승복(conced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불안요소를 남겼다. 그는 "내 훌륭한 지지자들. 나는 여러분이 실망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나는 우리의 놀라운 여행이 이제 시작일 뿐임을 알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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