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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통해 세상읽기] 율기육조(律己六條)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몸가짐 신중하게, 공무 우선순위로'

정약용이 제시한 목민관 행동 원칙

방역수칙 삼아 다같이 절제해야 할 때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오늘날 사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제멋대로 살 수 있다. 그렇다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고 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좋든 싫든 상관없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 말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직장 상사도 직원에게 사생활과 관련해서 이러쿵저러쿵 끼어들 수 없다. 설혹 어떤 선택이 실패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실패마저도 온전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사람에게 수양을 권하거나 절제를 요구한다면 철 지난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아직도 수양이나 절제 같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유행을 보면 우리로 하여금 절제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역 내 감염의 전파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연말연시에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일출 등 관광 명소의 출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많은 국민이 강화된 방역 수칙에 협조하지만 관광 명소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고 KTX 열차의 좌석이 가득 차고 있다. 또 음식점과 카페 등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대하지만 집합 금지를 위해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방역 수칙이 알려지자 새벽 5시부터 영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방역 수칙의 허점을 파고들어 방역의 새로운 구멍을 만들고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지방관)이 지켜야 할 ‘율기육조(律己六條)’를 제시하고 있다. 목민관이 아무리 학식이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지키는 율기의 원칙이 없으면 전혀 낯선 곳에 부임해 아전의 농간과 호족의 횡포를 이겨내며 업무를 공정하게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율기육조는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는 ‘칙궁(飭躬)’, 청렴을 지키는 ‘청심(淸心)’, 가정을 돌보는 ‘제가(齊家)’, 공무 이외의 손님을 물리치는 ‘병객(屛客)’, 관의 재물을 아끼는 ‘절용(節用)’, 베풀기를 즐기는 ‘낙시(樂施)’ 등이 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어기게 되면 공직을 원칙대로 공정하게 집행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일로 인해 꼬투리가 잡혀 특혜 논란이 생기고 부패의 위험성이 늘어나게 된다.



율기육조는 목민관으로 하여금 어떤 이성을 중시해야 하느냐를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앞세우고 사리사욕을 채운다면 율기육조 중에 청심을 어기게 된다. 이는 자사자리(自私自利)의 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목민관이 탐관오리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만약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를 관사에 머물게 하고 진수성찬으로 접대하며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계산한다면 율기육조 중에 병객과 절용을 어기게 된다. 이는 아는 사람끼리 카르텔을 형성하는 이해타산의 이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목민관이 부정 청탁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정약용은 율기육조를 통해 자사자리의 이성도 아니고 이해타산의 이성도 아니고 몸가짐을 삼가 신중하게 하고 사적 욕망보다 공무를 우선시하는 자중자애와 선공후사의 이성을 갖도록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방역 수칙을 지킨다면 마스크를 좀 더 일찍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스로 율기육조와 같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방역 수칙을 지키지만 소수가 이를 어겨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국민 중에 ‘나’만 방역 수칙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목민심서의 율기육조처럼 방역 수칙을 지키는 절제의 가치를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대만처럼 과태료를 10만 원 단위가 아니라 100만 원 단위 이상으로 올려 금전상의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역 수칙의 율기를 지키게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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