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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주둥이·강력한 꼬리·갑옷 비늘…악어는 왜 2억년전 모습과 같을까

英 브리스톨대학 연구진 "고효율 만능체제 도달해 변화 불필요"

급격한 진화 후 안정된 상태 유지 '단속평형설' 연구결과 내놔

미국 로스앤젤레스 루독의 모레파스 늪에 있는 악어./AP 연합뉴스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리는 악어는 약 2억 년 전 공룡시대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긴 주둥이에 강력한 꼬리, 갑옷처럼 온몸을 덮은 비늘판, 다리를 옆으로 휘젓듯이 걷는 걸음걸이 등 현대 악어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쥐라기 초 화석에서 드러난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악어가 등장하고 수백만년 뒤에 첫 화석이 나온 조류는 참새부터 타조까지 약 1만 종(種)으로 갈라진 것과 달리 악어는 25종 밖에 없다. 이마저도 두개골 형태만 약간 다를 뿐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은 진화가 짧은 시간 급격히 이뤄진 뒤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이른바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로 악어의 적은 진화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내놓았다.

이 대학 지리학과 맥스 스톡데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악어의 진화가 전체적으로 느리지만 환경 변화에 맞춰 빠르게 진화할 때도 있으며, 특히 기온이 오를 때 진화에 속도가 붙으며 몸집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악어의 종별 진화율을 측정했다. 진화율은 일정 기간에 일어난 변화의 총량으로, 연구팀은 악어의 화석에서 신체 크기를 측정하고 나이까지 감안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를 산출했다. 신체 크기는 개체의 성장 속도와 필요한 먹이량, 무리의 규모, 멸종 원인 등과도 연관돼 있어 진화 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단서가 돼왔다.



공룡시대에 살던 고대 악어종./University of Bristol 제공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악어가 2억년에 걸쳐 크게 달라지지 않고 종이 제한적으로만 분화한 것은 생존을 위해 변화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아주 효율적이고 만능적인 체제(body plan)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할 때 악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런 만능적 신체가 도움이 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악어가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하고 주변에서 열을 얻어 보온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따뜻한 환경에서 더 잘 산다면서, 이는 어려운 시기에 물질 대사를 하는 포유류나 새 등 온혈동물만큼 먹지 않고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보다 기온이 더 높았던 공룡 시대에 지금보다 더 다양한 악어 종이 출현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고대 악어 중에는 공룡처럼 덩치가 크거나 풀을 먹는 악어, 바다에서 사는 악어, 멧돼지처럼 뭉툭한 코로 땅을 파는 악어, 두 발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악어 등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종의 악어가 있던 것으로 화석 기록에 나타나 있다. 스톡데일 박사는 "지구와 이곳에서 사는 동물 간에 존재하는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면서 "악어는 공룡시대 이후 엄청난 환경 변화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만큼 다재다능한 생활방식에 도달해 있었다"고 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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