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 대학 영문학과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 성균관대에서는 법학을 선택했다. 시험공부에만 매진할 수 없었던 나는 법학 교수가 됐다. 다행이었다. 집요하게 죄를 추궁하고 죄인을 엄하게 처벌하는 일은 매사가 어리바리한 내 성격과 전혀 맞지 않다.
선생이 된 후로는 강의와 논문에 매달렸다. 간혹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영화와 소설을 봤다. 살아오면서 법학보다는 소설가나 작곡가가 돼 후세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주는 작품을 남겼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가끔 생각했다. 아무튼 사고 없이 정년을 맞아 기뻤다. 그 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경제 교양서를 읽게 됐는데 이런 책들을 너무 늦게 만난 것이 후회됐다. 그동안 내가 법학이라는 좁은 세계에 갇혀 얼마나 경직되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었던가를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진작 이런 책을 가까이 했더라면 상법 학자로서 더 큰 발전을 이뤘을 텐데 말이다. 대학 때 단 한 학기 경제학 수강을 신청했는데 나중에 서울시장이 되신 조순 서울대 교수님의 ‘경제학 원론’이 교재였다. 학생 시위로 휴교·휴강이 많아 책 앞부분만 조금 보다 말았다.
법학을 잘 못 배우면 법 기술자가 된다. 법 기술자는 가끔 인간 흉기로 변한다. 다만 용기 있는 판사들이 한국 땅에 아주 멸종된 것은 아님을 최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 사건, 입시 비리 사건, 명예훼손 사건 등의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증명해줬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법조인다운 강단을 보여줬고 스스로의 정의를 지켰다.
법학에만 매몰돼 있으면 부지불식간에 기업인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2020년 말 규제 3법이 한국 기업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야당은 모른 체했고 상법·경제법 관련 여러 학회까지도 침묵으로써 여당의 폭거에 동조했다. 기업들은 고립무원이었다. 한국 기업의 성장 동력은 서서히 꺼져가고 일자리는 사라져갈 것임은 자명하다.
“미제스를 읽었다며 떠벌리는 정치인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미제스 연구소 편집장인 라이언 맥메이큰이 한 말이다. 미제스의 책을 읽었다면 자유 시장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미국 정치인은 대부분 표를 얻기 위해 그냥 떠벌리는 것일 뿐, 선거에서 당선된 후에는 더 이상 미제스를 말하지 않는다.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대중은 없기 때문에 재선을 위해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경제학자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특히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법조인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다만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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