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단교 후 40여년 만에 대만에 대한 사실상의 관계정상화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대못박기’ 고삐를 마지막까지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 외교관을 비롯한 관리들이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해온 자체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수십년 동안 국무부는 우리의 외교관, 군, 다른 공무원과 대만 카운터파트들의 접촉을 규제하기 위해 복잡한 내부 제한을 만들었다”며 “스스로 부과한 이런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베이징의 공산 정권을 달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했다”며 “더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후 대만과 공식적인 교류를 제한해 왔었다. 이제 이런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핵심이익’ 가운데 최우선 사항에 올려둔 것이어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AFP통신은 “이 선언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고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도록 시도해온 중국을 격분시킬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임기를 열흘 가량 남겨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일 홍콩 범민주 진영 인사의 무더기 체포와 관련된 중국과 홍콩 측 개인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오는 11일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국유 3대 통신사에 대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증시 퇴출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 같으면 즉각적인 반격이 나왔을 중국측이 최근에는 조용하다. 중국 상무부가 전날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부당한 외국의 제재에 따르지 말라”고 하는 상무부령을 공개했을 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몽니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차기 바이든 행정부와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보복 등의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중국 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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