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CNN이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더 불안정한 상태를 보일 경우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킨 뒤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계에서는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한다.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이에 찬성하면 발동되는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가 나와야 해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펜스 부통령은 수정헌법 25조 발동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왔다.
지난 7일 뉴욕타임스는 펜스 부통령이 25조 발동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 자신의 입장을 알릴지 불투명하지만 이 결정이 여러 내각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반란'을 일으켜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충성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인증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합동회의 시작 직전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신에게는 선거인단 투표를 폐기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트위터에 "펜스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행해져야 했을 일을 할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사기치고 부정확한 선거인단 대신 수정된 선거인단을 인증할 기회를 각 주(州)에 부여하는 일'을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펜스 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예정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이 대선 불복 문제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AFP 통신은 이날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한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매체 더힐이 지난 7일 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도 같은 날 펜스 부통령의 측근 3명을 인용해 "평화적 정권이양을 지지한다는 점을 대외에 보이려고 취임식에 참석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CNN은 이날 펜스 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은 차기 행정부를 위한 다리 역할을 희망하고 있으며, 바이든 인수위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대응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능한 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의사당 난입 사태 속에서도 상·하원 합동회의의 법적 절차를 이행하는 안정성을 보이면서 비록 자리를 물러가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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