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을 피로 물들인 전례 없는 폭력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어디로 이끌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둔 민주당이 분열을 막기 위해 트럼프 탄핵 추진에 속도를 조절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퇴 압박과 재탄핵 움직임에 맞서며 반이민 정책 등 자신의 임기 내 성과를 부각하는 데 마지막 힘을 쏟는 모습이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 경찰은 성명에서 “하워드 리벤굿(51) 경관이 비번이었던 전날 사망한 것에 애도를 표한다”며 그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의회 경찰은 해당 경관의 사인을 밝히지 않았으나 워싱턴포스트(WP)는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은 리벤굿 경관의 죽음으로 의회 난입 사건 관련 경찰 사망자가 두 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그가 사건에 따른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그의 죽음이 “지난주의 공포를 가중시킨다”고 말해 사실상 이번 죽음이 의회 난입 사건의 결과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지만 사건 관련 첫 경찰 사망자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뒷북 지시’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 관련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도 연일 불거지고 있다. ABC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7%가 이번 사건에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당적이 없는 미국인의 69%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실은 대통령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아울러 전체 미국인의 56%는 대통령이 퇴임 전에 직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성인 570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일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4.7%포인트였다.
산업계도 등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앞으로 최소 6개월간, 씨티그룹은 1·4분기까지 정치인 후원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의회를 향한 끔찍한 공격”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향후 정치 후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36개 독립 보험사 연합체인 블루크로스블루실드협회(BCBSA)와 최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지난 11·3 대선 결과의 최종 인증을 방해한 공화당원을 후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화당원 최소 145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
분노한 민심에 힘입어 민주당의 탄핵 추진 계획은 구체화되고 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펠로시 하원의장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의 직무 불능 시 부통령의 직무 대행을 명시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1일에 통과시키겠다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알렸다. 결의안에는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내에 대응하지 않으면 하원이 탄핵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상원 표결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20일) 이후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고 상원은 취임 이후 100일까지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취임 초 국정이 탄핵 논란으로 묻힐 수 있고 취임식을 앞두고 더 큰 분열을 일으켜 또 다른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19일까지 상원이 재소집되지 않을 것이라며 ‘퇴임 전 탄핵’에 선을 그었다.
퇴임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텍사스 국경 장벽 시찰에 나선다. CNBC에 따르면 그는 12일 텍사스주 알라모를 방문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설치 현장을 돌아본다.
알라모 요새는 1836년 당시 텍사스 소부대가 멕시코 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다 함락됐던 곳으로 미 역사상 저항과 독립의 상징으로 불린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에 대해 위기 상황에도 끝까지 저항하며 버티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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