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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고단한 일상에 쉼표...도심 속 커피정원

□ 용산구 한남동 맥심플랜트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맥심플랜트는 원두 로스팅부터 포장, 판매까지 이뤄지는 커피 공장이자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지향한다. /사진 제공=윤준환 사진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전에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과제를 후딱 해치운 뒤 느긋하게 책을 보거나 영화를 한 편 감상하기도 했다. 카페는 우리에게 쉼터였다. 상업시설이라고 해서 굳이 그 기능과 역할이 갖는 의미를 깎아내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2021년의 카페는 이미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의 의미다. 이제 커피와 함께 공간이라는 요소가 결합되는 시대다. 커피가 없는 카페, 공간이 없는 카페 모두 불완전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맥심플랜트는 카페가 지니는 공간적 의미를 건축으로써 구현해놓은 곳이다. 즉 커피와 휴식공간이라는 카페의 두 가지 큰 주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맥심을 만드는 동서식품이 건축주인 카페다. 건축가는 다만 애초부터 맥심플랜트가 단순 상업공간으로 인식되기보다 도심에서 공적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데 집중한 듯 보인다. 건축가인 박진 애이아이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소장은 “카페는 상업성이 뚜렷한 공간이지만 도시적 관점에서는 공원을 거닐다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처럼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서울처럼 밀도가 높거나 공적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맥심플랜트의 전면부는 커피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갈색을 주 색상으로 삼았고 , 3층 유리창 앞에는 커피 문양 구멍이 뚫린 금속 자재로 마감했다./사진 제공=윤준환 사진작가


◆층마다 테라스…외부 맞닿은 공간

커피와 식물의 두 이미지 절묘하게 조합

출입문 없는 입구…외부와 자연스레 연결

우선 건물 외관을 보자. 외양에서부터 건축가의 의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도로와 접해있는 맥심플랜트의 앞면에는 갈색의 색상을 내세웠다. 중간 중간 커피콩 모양의 구멍이 뚫린 금속마감을 적용하기도 했다. 커피가 지니는 편안한 느낌을 색상과 문양으로 표현한 외관이다. 뒷면은 또 다르다. 각 층의 남쪽에는 테라스가 배치돼 있고, 초록의 식물들을 뒷면의 대표 이미지로 배치했다. 앞면은 커피, 뒷면은 휴식인 셈이다.

실제 맥심플랜트의 ‘플랜트(plant)’는 이중적인 의미다. 도시에 있는 숲(plant)이자, 커피 공장(plant)이라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 우선 숲으로서의 맥심플랜트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공간은 지상3개 층 모두에 배치된 테라스다.

맥심플랜트는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테라스가 있다. 건축가는 비록 충분히 넓지 않더라도 모든 층에 식물로 조경한 테라스를 제공해 주고자 했다. 자연적인 요소를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공간에 도입하고자 한 의도다. 테라스가 있는 남쪽의 창들은 커튼 대신 식물의 잎으로 햇볕을 가리기도 하면서 시각적인 편안함을 준다. 옆 건물과의 사이에는 등나무가 타고 올라가는 펜스를 설치했다. 박 소장은 “코로나가 끝나고 몇 년이 더 흐르면 이곳은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도심을 잊게 하는 완벽한 숲 속의 커피 공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방성도 도심 내 쉼터의 기능을 의도한 건축적 장치다.

이를 위해 입구가 있는 1층의 길가 쪽 전면은 폴딩 문을 적용해 문을 활짝 열어 높으면 건물 한 면이 모두 출입문 없는 입구가 되도록 했다. 2층에는 북쪽과 남쪽 모두 전면을 폴딩 창으로 설계해 두 면의 창을 열면 이곳이 실내인지 실외인지 규정하기 어려운 상태의 공간이 된다. 1층에서 길가와 이어져 자연스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2층에서는 바깥바람이 통과하며 공간이 도시와 이어진다. 서울, 이태원이라는 도시와 맥심플랜트가 이어져 도심 속에서 휴식 공간이 어우러지는 구조다.

테라스의 모습. 앞뒤를 모두 개방하면 카페 내부와 외부 도시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사진 제공=윤준환 사진작가


◆커피의 모든 것 담아낸 공간

지하에 로스팅 공장과 커피 라이브러리

유리 너머로 가공 과정 지켜볼 수 있어



지상층이 휴식이 강조된 공간이라면, 지하층은 커피 공장으로서의 콘셉트가 강조돼있다. 지하 2층과 지하 1층은 로스팅 커피 공장과 커피 전반에 대한 라이브러리로 설계됐다.

실제 지하 2층에는 로스터와 산지별로 블렌딩이 가능한 사일로가 배치돼 있다. 이 설비는 단순 인테리어가 아니라 실제 로스팅에서 자동 포장까지 이뤄지는 공장이다. 커피 공장은은 지하 2층에서 출발해 지하 1층까지 이어진다. 지하 1층에 들어서면 테라스 가든이 양옆에 있는 도서관 같은 분위기와 함께 유리 공간 넘어 금속의 사일로가 지하 2층을 관통해 이어지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서 이뤄진 협업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 소장은 “커피가 사일로와 로스팅 기계를 오가며 가공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과 협업해 만든 핵심 가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1층의 어느 지점에 들어서자 박 소장은 이곳을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 지점에 서니 바닥과 천장을 통해 한눈에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체를 볼 수 있었다. 커피라는 주제와 휴식이라는 주제가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1층에서는 지하 로스팅 공정부터 2층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윤준환 사진작가


◆개방·공간감을 위한 숨은 노력

높은 천장 위해 보 안쪽으로 배관 구성

카페 안 공연 고려해 테라스 높이 낮춰

이를 위해 숨은 디테일도 있다. 건물의 보 밑이 천정고가 되는데, 높은 천정고를 만들기 위해 보와 보 사이에 에어컨과 환기, 소방설비를 넣고 보 밑으로 여러 배관이 지나다니지 않도록 설치했다. 또 1층에서 카페로 들어가 테라스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사이 60㎝가량 바닥 높이가 낮아지는 높낮이 차를 넣은 점도 디테일이다. 이는 공연을 위한 장치다. 평소 카페 공간이었다가 공연이 시작되면 높은 쪽은 무대가 된다. 이를 염두에 둔 만큼 모든 공연 기자재가 연결될 수 있는 인프라가 설치돼 있고 천정의 나무판들은 음향과 관련된 장치로 설계됐다. 그리고 1층뿐 아니라 2층의 난간 카운터에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건축가의 배려다.

물론 카페에서 즐기는 작은 공연이나 커피와 함께 즐기는 지인과의 담소는 코로나19가 기승인 지금 추억 같은 이야기다. 맥심플랜트는 오히려 카페라는 공간이 우리의 일생생활에서 어떤 기능을 했었는지 새삼 더 크게 일깨워 주고 있다. 지금은 잠시 미뤄 둬야겠다. 언젠가 머지않은 날에 역병이 물러나면 카페라는 공간을 다시 마음껏 즐기러 가자. 흔하지만 귀했던 그 공간./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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