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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선의(善意)' 정치의 역설

임지훈 정치부 차장





기자가 지난해 3월 이사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에 있는 전세 4억 원짜리 아파트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집 주인은 집을 팔려고 하는데 5억 4,000만 원에 매입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임대차 계약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에,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당시 돌도 안 된 아이가 살고 있는 집을 내놓겠다는 임대인의 말에 우선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 긴 생각을 하지 않고 집 주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임대인은 곧 집을 매물로 내놓았고 한 달 만에 매수자와 매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 시점으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됐을까. 현재 최고 실거래가 기준 같은 평형의 전세 가격은 5억 7,000만 원, 매매 가격은 7억 원이다. 전세 가격은 1억 7,000만 원, 매매 가격은 1억 6,000만 원이 각각 오른 것이다.

굳이 지면을 할애해 기자의 개인사를 공개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임대차 3법’ 입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전셋집 구하기는 물론 내 집 마련이 그만큼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정책과 입법의 명분으로 임차인 보호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도 과로 방지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라는 목표를 두고 추진됐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임차인 보호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취약 계층은 되레 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기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취업자 수는 595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55만4,000명이 늘어났다. 이는 지난 198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최대 증가 폭이다. 늘어난 단시간 취업자가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또 하나의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근로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소득은 늘어났을까. 2020년 3·4분기 저소득층(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10.7%)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당이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19로 피해 본 이를 돕는 또 다른 ‘선의(善意)’ 정치를 펼친다고 한다. 이익공유제 도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수익을 거둔 집단의 이익을 피해 집단과 공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정보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의 이윤을 사실상 반강제적 배분 시 나타나게 될 부작용이 벌써부터 우려된다.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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