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 정준영(53·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 늘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는 지난 2019년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시작부터 삼성에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또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 신경영’ 사례를 언급하며 이 부회장에게 쇄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했다. 삼성 준법감시위 설치를 하라고 한 것은 ‘재벌 봐주기’라는 검찰 측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처럼 새 시도를 꾸준히 해온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계에선 판사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법적 판단의 오류가 있거나 시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법을 적용하려는 추세라는 분석이나, 정 부장판사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2019년 정 부장판사는 형벌보다는 재발 방지와 치료에 중심을 둔 ‘치료적 사법’ 개념을 내세우며 살인 혐의로 실형을 받은 6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치매전문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선고도 재판부가 병원에 직접 가서 진행했다. 과거 인천지법에서 근무할 때는 당시 형사재판 제도인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재판에 적용하는 ‘배심조정’ 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파산부 근무 때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판결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서 많이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은 1심보다 무거운 17년을 선고했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또 정 부장판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겐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검찰에 대해선 일부 위법하다며 압류 취소를 하기도 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