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과 갈등을 빚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일 관계 복원이 필요합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17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한 문제에 집중한 반면 일본과의 관계에는 소홀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신 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쿼드(Quad)’를 만드는 등 일본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며 “미국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이 지역에서 상당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면 일본에서는 미국에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나 포괄적·경제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이용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다 일본과 호주·인도가 참여한 쿼드에서 소외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기간에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고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일 관계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일본이 나설 경우에 한국은 계속 소외될 것이냐, 아니면 방향 전환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한일 관계는 양국만의 관계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지만 한국은 일본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 탓에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힘들고 그 결과 한미 동맹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CPTPP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뒤늦게 합류하는 데 따른 비용이 적지 않을 수도 있다.
신 소장은 “한일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는 바이든 정부에서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북한 문제에 미국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가진 건 트럼프가 유일했다”며 “바이든은 취임 초반에 정신이 없어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 같지 않으며 적어도 여름은 돼야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신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많이 향상됐고 상황이 변했다”며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때보다는 적극적이지만 트럼프만큼은 아닌 그 중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바이든 정부의 인권 중시 정책도 문재인 정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신 소장은 “한미 관계에서 일본과 함께 가장 우려되는 게 북한의 인권 문제”라며 “바이든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가 상당히 중요한데 한국은 그동안 이를 옆으로 미뤄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서 보듯이 한미 간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6개월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신 소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조급함으로 버리고 차근차근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바이든이) 외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미국에 북한 관련 얘기를 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북한 문제는 너무 서두르지 말되 한국과 미국이 이른 시일 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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