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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피고인 진정성 인정하지만, 준법위 실효성 담보 못해"

[이재용 법정구속-실형선고 배경은]

법원 "선제적 예방 미흡...위법행위 감시 체계도 보완 필요"

"글로벌기업 정치권력 바뀔 때마다 범죄 연루 안타까워"

뇌물 금액만 86억...박근혜에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고등법원이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배경에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이 아직 실효성을 담보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준법위를 설립하고 이 부회장이 최후진술에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등 진정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양형 조건’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애초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 여부를 양형에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최종 판단에서 감경 사유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청탁, 뇌물 공여 등 주요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은 결국 35개월 만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진정성 有·실효성 無 준법감시위=이날 파기환송심 선고 전 법조계의 이목은 삼성 준법위로 쏠렸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준법위를 두고 재판부가 ‘실질 운영 여부를 이 부회장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첫 재판 이후 양측 공방의 중심에 준법위에 대한 실효성이 자리 잡을 정도였다. 이 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반발한 박영수 특검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면서 변론이 7개월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이 보인 준법 경영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선고에서는 준법위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7개 회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준법위는 일상적인 준법 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3명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활동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뇌물 금액만 86억…묵시적 청탁 인정=결국 재판부가 86억 원을 100% 뇌물 금액으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은 다시 영어의 몸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특별검사 모두 파기환송 판결 유무죄 판단을 다투지 않고 있다”며 “항소 이유도 정리가 돼 유무죄 판단은 대법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 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게다가 재판부는 뇌물 공여, 횡령은 물론 범행 은폐와 국회 위증까지 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허위 용역 계약을 체결해 범행을 은폐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최고 기업이자 글로벌 혁신 기업 삼성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 범죄에 연루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대통령 요구 거절 어려움 등 감경 사유 작용=재판부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작량감경’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높은 게 횡령죄로 금액만도 86억 원에 달한다. 이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전부를 반환한 점,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절반 수준인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이 초범인 데다 최후진술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작량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형법 53조(작량감경)에 따라 형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특가법에 따른 최저 형량인 5년을 크게 밑도는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작량감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정상을 참작한 사유가 있을 때 자주 사용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같은 국정 농단 사건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 선고 형량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뇌물 공여에 대한 적극성 여부”라며 “롯데가 압박에 의해 출자금을 낸 데 반해 삼성 측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직접 접근했다는 점 등에서 한쪽은 집행유예, 다른 한쪽은 실형이 선고되는 등 형량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이희조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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