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친문계 핵심 인사다. 이 때문에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당·청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혀 왔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문체부 장관으로 낙점 된 배경에도 이런 부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그간 문체부의 국정 홍보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황 후보자 프로필에서 부처 핵심 업무인 문화예술·체육·관광·게임 등과 관련 된 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관광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뀐 2008년 이후 장관은 44대부터 51대까지 8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부처 관련 경력이나 부처 주요 업무 분야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44대 장관 유인촌은 연극인 출신이었다. 45대 정병국은 의원 시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46대 최광식은 고대사를 전공한 학자로,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을 거친 후 장관에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문화계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장관에 임명됐다. 47대 유진룡은 행정고시 합격 후 부처 내 주요 보직과 차관까지 두루 거친 공무원이었다. 48대 김종덕은 홍익대 미대 교수 출신이었다. 다만, 그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후임자였던 49대 조윤선도 정병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인 출신이기는 하나 의원 시절 문광위 경험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인 50대 도종환은 시인 출신으로, 현재도 국회 문광위원장을 맡고 있다. 51대 박양우는 유진룡처럼 행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문체부에서만 줄곧 일한 전문 공무원이다.
반면 황 후보자는 정치 입문 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비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등을 거쳤고, 의정 활동을 하면서도 국토교통위, 국방위 등에서 활동했다.
이처럼 황 후보자에게 문화계 경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당의 홍보위원장으로서 정책과 소통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 의정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 인권 보호 및 체육계 혁신, 대국민 소통 강화 등 당면 핵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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