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발언은 위기 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선거 공약이 중요하지만 국가를 위해서는 연기·번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현 정부는 임기 초부터 반(反)시장 정책을 쏟아내더니 지난해에는 비상 국면임에도 ‘기업 규제 3법’을 밀어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가 1,51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설 규제는 전년보다 85.8%나 급증했고 96.4%가 규개위의 본심사조차 거치지 않았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자들이 한국에서 부담하는 법적 리스크가 홍콩·싱가포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한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우리 기업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의 홀대에도 기업들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네이버는 캐나다 웹 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하는 등 기업들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해외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천문학적 투자에 나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익을 늘리기 위해 어떤 고통을 감내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규제와 나눠먹기식 정책만 펼친다면 어느 기업이 영속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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