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하나 같이 미국 브랜드의 의상을 입어 화제다. 특히 첫 여성·흑인 부통령의 이정표를 세운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의 민권을 상징하는 색상을 선택해 의미를 더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짙은 푸른색 정장을 입고 안에는 흰 와이셔츠에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아내 질 바이든 여사는 옅은 푸른색 계열의 울 트위드 코트 정장을 택했다.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드라 오닐의 브랜드 마카리안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다. 오닐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자이너고 마카리안은 뉴욕에 있는 여성 명품 브랜드라고 WP는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태생인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와 세르지오 허드슨의 의상을 입었다. 둘 다 흑인 디자이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역시 랄프 로렌의 정장을 입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모두 미국 브랜드의 의상을 택한 것이다.
CNN방송은 "미국 패션 디자이너들이 취임식의 중심을 차지했다"면서 "미국 패션산업의 자신감을 북돋웠다"고 평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푸른색이 감도는 보랏빛 의상으로 한층 주목받았다. 보라색과 흰색은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으로 쓰이는 색이다. 보라색은 미국의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이자 1972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셜리 치솜이 선거운동 중에 주로 썼던 색이다.
CNN방송은 "해리스가 보라색 옷을 입은 것은 본인에게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치솜이 해리스의 정치적 여정에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흑인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보랏빛 의상을 통해 첫 여성·흑인 부통령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부각한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승리 연설 땐 흰색 정장을 입었다.
보라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과 공화당의 상징색은 붉은색을 섞을 때 나오는 색이라 초당적 색으로 불리기도 한다. 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색인 셈이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도 보랏빛 계열의 의상을 차려입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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