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대통령들의 사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역사적으로 보면 대통령들은 사면권 행사를 통해 강력한 통합의 메세지를 던졌다.

#사례 1

1921년 미 대통령 워런 하딩은 좌파 노동운동가 유진 뎁스를 사면했다. 유진 뎁스는 1차 세계대전 참전반대를 선동한 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전임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반대했기에 누구도 강경 보수주의자 하딩 대통령이 그를 사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좌우진영을 막론하고, 심지어 법무장관조차 반대했지만 하딩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미국사회는 그간의 분열을 마치고 화해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면을 단행했다. 지인에 보낸 편지에서 그는 “비록 인기 없는 결정으로 재선에 실패해도 짧은 임기 동안 옳은 일을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사례 2

1977년 미 대통령 지미 카터는 베트남전쟁 당시 징집을 거부했던 수만명의 젊은이들에 대해 사면을 단행했다. 전임 포드 대통령도 일부 제한적 사면조치를 내렸지만 카터 대통령의 조치는 대대적이었고 반대도 훨씬 컸다.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은 이제껏 대통령들이 한 행위 중 가장 수치스러운 것이라 공격했고, 수많은 우파인사와 단체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을 거치며 극심한 갈등을 겪은 미국사회에 치유와 통합이 절실하다는 카터의 결심은 확고했다. 재임 중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카터 대통령였지만 역사가들은 이 결정이 그의 임기 중 가장 중대했다고 평가했다.

#사례 3



1997년 말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했다. 선거에서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김대중 당선자가 김영삼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했고 김 대통령도 흔쾌히 응했다. 전·노 두 전직대통령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17년을 선고받아 2년 남짓 수감 중이었고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민주화 운동의 두 거목은 외환위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이들을 사면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사례 4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거부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거론된 사면문제는 연초 이낙연 여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건의하겠다고 함으로써, 그리고 박 전대통령의 재판 종결로 사면의 전제조건이 갖춰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박 전대통령은 4년 가까이, 80세의 이 전대통령은 1년 남짓 수감 중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두 전직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국민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 정치인도 사면 얘기할 권리가 없다”며 쐐기를 박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